몸 속의 자치도시 세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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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인체를 구성하는 50조∼60조개(성인의 경우)의 세포들은 하나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 유기적인 연락을 취하면서 살아가지만 세포 하나하나를 떼어놓고 보아도 그 나름대로 혼자 생존할 수 있는 자치왕국임을 알 수 있다.
우리 몸이 중앙정부라면 세포는 자치능력을 갖는 도시쯤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는 약2백종 정도가 되지만 모두 비슷한 기능을 갖고있다.
세포 내에는 우선 시청이라고 볼 수 있는 세포핵이 들어있다.
세포핵 속에는 DNA라는 유전자가 들어있어 필요에 따라 똑같은 세포를 만들게 하는데 DNA는 시청의 최고의결기구쯤으로 볼 수 있다. 최고의결기구에서 일단 외곽도시가 필요하다고 인정(인간의 성장현상), 새로운 시가지를 만들기로 결정하면 시청은 신시가지조성에 필요한 단백질이 무엇인가를 결정하고, 지시서를 공장에 전달할 메신저 RNA라는 배달부를 부른다.
메신저RNA는 지시사항을 자신의 몸에다 써서 옮긴 다음 단백질합성공장인 리보좀을 찾아간다. 일단 배달부가 공장에 도착하면 공장근처에서 놀고있던 용달트럭인 전달(t) RNA가 단백질합성의 원자재가 되는 아미노산을 순서대로 싣고와 공장인 리보좀에 부린다.
공장에선 메신저RNA몸통에 써있는 지시서를 순서대로 읽어가면서 원자재인 아미노산을 배열시켜 최종제품인 단백질을 생산해나간다.
이렇게 해서 각 세포들이 자신을 닮은 세포를 하나하나씩 늘려나가는데 이런 작용이 있음으로써 조그마하던 아이가 어른이 되고, 주먹만하던 간은 영아의 머리통만큼 커지며, 머리카락이 자라게된다.
세포라는 도시는 시청과 단백질공장만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가 존속하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시설물들을 갖고있다.
우선 통신기관인 마이크로튜불즈가 있다. 마이크로튜블즈는 도시의 외곽방책인 세포막과 한가운데 자리잡은 시청과의 통신을 맡고 있다. 이런 통신기관이 있기 때문에 세포는 자립해 살면서도 다른 도시인 이웃의 세포와 연락을 취해 협조를 하고 중앙정부에서 보내는 지시를 받아들일 수 있다.
세포내의 중요기관으로는 미토콘드리아라는 에너지생산 시설이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내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함으로써 도시에서의 발전소구실을 해내고 있다.
리보좀이라는 시설은 도시에 있는 식당과 같은 역할을 하는 소화기관이다. 여기서는 수십가지의 효소를 생산해 내기 때문에 세포자체도 성장할 수 있는데 식당에서 상한 음식을 내놓으면 많은 사람이 병이 걸리듯이 리보좀이 효소를 만들 때 고장이 생기면 그 세포는 병이 생기게 된다.
그밖에 세포막이라는 외곽방책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포막은 도시경비를 하는 수문장으로 수상한 자가 세포 속으로 들어오려고 하면 검문을 하는데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이나 용의자로 판단될 경우는 이들을 쫓아내고, 피를 통해 공급되는 아미노산의 원료들이 들어오고자 할 때는 통과를 허용한다.
우리들은 일상생활 중 수십조개의 세포들이 이렇듯 열심히 일한다는 사실을 잊고 살지만 세포들은 주인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의 봉사를 하고있으며 주인이 과로·스트레스·폭음·공해물질 섭취 등 세포를 못살게 굴지 않는한 반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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