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영저『유럽 회사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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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950년대초 소위 교환교수로 내가 미국하버드대학을 처음 갔을 때 이 교실에서도 저 교실에서도 EEC(유럽경제공동체)문제의 논의가 한참 활발하였다.
나로서는 귀에 설은 말이라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하였으나 곧 문제의 소재를 알게 되었다. 영·불·독 등 유럽의 강국들은 예전에는 그 하나하나가 세계의 강국으로 존재가 뚜렷하였으나 제2차 대전을 치르고 나서 보니 글자 그대로 강대국으로 남은 것은 미국과 소련뿐이고 유럽의 예전 강국들은 부피로 보나 힘으로 보나 똘똘 한데 뭉쳐보았자 미·소를 능가하기가 어렵게 되어서 일부에서는 성급하게 유럽합중국(The United States of Europe)이야기를 꺼내는 측도 있는 가운데 우선 경제적으로 그들의 힘을 합쳐보자는 것이 바로 EEC에 관한 논의였던 것이다.
각각 자랑스런 역사를 가진 수많은 민족들이 여러 백년을 내려오면서 자랑스런 유럽이라는 세계를 이루어 온 처지인지라 EEC가 실현되기란 참으로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저항할 수 없는 현실의 움직임 앞에는 별수 없어서 1957년 로마조약으로 우선 서독·프랑스 등을 중심으로 한 6개국으로 EEC는 성립되었으며 그후 영국·에이레·덴마크 등이 가입하여 이 조직은 확대 강화되었다(1973). 이 확대 강화된 조직체가 바로 유럽공동체(EC)인데, 이 조직은 유럽의회·이사회·공동법원까지 두어 제법 단일 국가적 면모를 갖추게 되었지만 그런일 보다도 EC연동이 그 동안의 노력으로 미·소에 버금하는 경제세력으로 성장한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1966년부터 시작된 유럽회사법안 기초활동은 이러한 EC운동의 하나로서 주로 서독과 프랑스 양국의 사회제도를 골격으로 하여 1975년에 성안된 것이다.
우리 나라의 회사법도 근자에 이르러 개정이 논의되고 있으므로 이때에 유럽회사법이 역출된 것은 우리의 상법개정심의에도 크게 시애를 던져줄 것으로 안다. 특히 그 동안 꾸준히 성장해온 우리 나라의 경제는 지금와서는 대미, 대일 뿐 아니라 유럽공동시장과의 접촉도 밀접해 가는 형편이므로 이 책은 법조계 뿐 아니라 산업계의 실무자들을 위해서도 기여하는바 크리라고 믿는다. 유럽회사법이야 말로 유럽공동시장의 경제적 핵이기 때문이다. 유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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