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서버 저장된 대화는 감청 대상 아닌데 내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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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사이버 검열’ 시비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단초는 검찰이 제공했다. 사이버 명예훼손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겠다는 발표가 ‘카카오톡 감청’ 논란으로 번진 것이다. 대한상의 회장인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최근 지인들에게 “텔레그램으로 연락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사이버 망명’ 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다음카카오의 경솔한 대응이 혼란을 더 증폭시켰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86건, 올 상반기 61건의 감청영장 집행에 협조해오다 지난 13일 ‘감청 영장 거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다음카카오가 법적으로 감청 대상이 아닌 서버 저장기록을 감청 자료로 제공해왔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대법원 판례(2012년)는 “이미 송·수신이 완료된 후 서버에 저장된 대화는 감청 대상이 아니라 압수수색 영장 대상”이라고 돼 있다. 그런데도 다음카카오 측은 면밀한 법적 검토도 없이 3~7일치씩 모아 정보·수사기관에 제공한 것이다.

 말 바꾸기도 사용자들의 불신을 키웠다. 지금까지 “감청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주장해오다 지난 9일에야 “사실과 달랐다”며 뒤늦게 감청 협조 사실을 시인했다. 또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지난 1일 다음카카오 통합을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어떤 서비스도 해당 국가의 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정당한 협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13일에는 “(감청영장 불응이) 실정법 위반이라면 제가 벌을 받겠다”고 말했다. 포털 다음과 합병 후 신주를 발행하기 하루 전날 나온 강경 발언이었다. 14일 다음카카오 주가는 전날보다 8% 이상 올랐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다음카카오가 신주 발행을 앞두고 궁지에 몰리자 의도적으로 충격적인 발언을 내놨다는 평가가 많다.

 대검찰청은 15일 법무부, 경찰청, 방송통신위원회 등과 ‘사이버 명예훼손 범죄 대응방안에 대한 유관기관 실무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 검찰은 카카오톡 메시지 압수수색 시 제3자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자료만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최윤수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은 “범죄 혐의와 관련 없는 부분은 신속하게 폐기하는 등 법정에서 꼭 필요한 자료만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특정 키워드에 대한 인터넷 실시간 모니터링 논란과 관련해 검찰은 “카카오톡 등 사적 대화가 이뤄지는 공간은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된 인터넷 사이트에서 악의적인 허위사실이 유포돼 피해가 발생하거나 고소·고발 등의 진정이 있을 경우 등에 대해서만 검색하겠다는 것이다. 최 연구관은 “키워드 검색을 포함한 실시간 사이버 검열은 법률적·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러한 검찰 발표가 국민의 불안감을 가라앉힐지는 미지수다. 검찰은 “SNS 같은 사적 공간은 대상이 아니며 공개된 게시판만 해당된다”고 설명했지만 페이스북·트위터가 포털에 노출될 경우엔 어떻게 되는지 모호한 상태다. 검찰은 피해자가 고소한 사건에서 2차 피해가 우려된다고 판단되면 선제적으로 인지 수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수련·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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