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추락] 下. '마이크로 크레디트' 받은 박길성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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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부천시 원미시장에 있는 '신나는 만두'의 박길성(39)씨는 마이크로 크레디트 제도 덕분에 빈곤 추락을 면했다.

박씨는 1992년 1t 트럭으로 서울의 아파트 단지를 돌며 만두 장사를 해 월 3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그 돈으로 저축하고도 다섯 식구가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었다.

그러다 97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매출이 급격히 줄어 만두 행상을 그만뒀다. 그동안 모아 놓은 3000만원으로 99년 5월 서울 강동구 성내동 모 백화점에 분식점을 열었지만 장사가 되지 않았다.

2000년에는 도넛 가게로 바꿔 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친척에게 빌린 5000만원과 카드 대출 1000만원 등 6000만원의 빚만 남았고, 카드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됐다.

2001년 인천 부평구에서 만두 노점상, 손 세차장 등을 해 봤지만 뜻대로 안 돼 빚만 늘었다. 장사를 하려고 해도 더는 돈을 빌릴 곳이 없었다.

절망한 그에게 희망을 준 것은 아내가 다니던 교회 목사의 소개로 알게 된 사단법인 부스러기나눔사랑회가 만든 마이크로 크레디트인 '신나는 조합'이었다. 그는 조합에서 무담보로 500만원을 대출 받아 만두 장사를 다시 시작했다. 조합은 박씨의 경험과 의지를 높게 평가해 대출을 결정했다. 박씨는 대출을 받으면서 10시간 동안 고객 서비스 자세, 마케팅 기법 등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박씨는 그 돈으로 지난해 12월 지금의 만두 가게를 열었다. 원래 보증금이 1000만원이었으나 건물 주인에게 양해를 구해 500만원만 우선 내고 장사를 시작했다.

만두 맛이 알려지면서 손님이 늘어 지금은 매달 200만원가량을 번다. 이 돈으로 덜 낸 보증금 500만원을 채워 넣었고 매달 12만원씩 카드 빚을 갚는다.

'신나는 조합'은 박씨에게서 매주 5만2000원의 대출금을 받아 가면서 애로사항을 듣고 개선할 점 등을 조언하는 등의 사후 관리를 해 준다. 박씨는 "빈곤층으로 떨어질 뻔했는데 신나는조합이 지원해 줘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지금은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신성식.김정수.권호.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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