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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이익만 챙기는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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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금까지 중국의 무역분쟁은 곧 미국과의 분쟁을 의미했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과의 무역적자가 자그마치 1620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이제 사정이 달라지게 됐다. 중국이 미국보다 훨씬 까다로운 유럽연합(EU)이라는 적수를 만났기 때문이다.

최근 EU는 전례없이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중단했다. 그리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과의 '협의 요청'을 냈다. EU 집행위원회 클로데 브론 리빌 통상대변인은 "공식적인 협상은 계속하겠다. 그러나 우리는 중국에 시간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EU 관계자들은 중국산 티셔츠와 리넨(linen) 제품에 대한 쿼터제도가 EU에 다시 도입될 것이 확실하다고 말한다.

사실 티셔츠와 리넨의 쿼터제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2003년 이후 EU와 중국 간 상대 지역 수출액 차이는 42%까지 벌어졌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단기적 이유인데, 즉 급증하는 중국산 섬유에 대한 유럽.미국의 지난 1월의 쿼터제 폐지다. 두 번째는 장기적 이유다. 이는 EU보다는 미국이 골치를 앓고 있는 위안화의 고정환율제 문제다. 2000년 이후 미 달러는 유로화에 대해 40% 절하됐다.

이론상으로 달러는 위안화에 대해 더 절하됐어야 옳다. 이렇게 됐다면 미국은 중국산 제품의 수입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중국은 미국 제품을 더 많이 수입해 대미 무역 흑자폭을 줄였을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중국 당국이 위안화 평가절상을 선진국의 약탈적 정책으로 인식하고 있어 지금까지 위안화 고정환율제를 폐지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동안 달러가치가 떨어지면서 위안화 가치도 떨어졌다. 위안화 가치가 달러 가치에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폭은 이전대로 계속 커졌다. 유럽은 미국보다 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위안화 가치가 달러와 함께 떨어지면서 유럽에서 판매되는 중국 제품 가격은 이전보다 더 떨어졌다. 결국 지난해 EU의 대중 무역적자는 2002년의 두 배에 달하는 상황이 됐다. 10년이나 20년 전이라면 이런 사태는 크게 문제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EU의 실업률은 현재와 같은 10%대가 아니고 5%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또 폴란드나 체코.슬로바키아.헝가리 같은 나라를 고려할 필요도 없었다. 이들 국가는 지난해 EU에 가입했다.

EU에 새로 가입한 개도국들은 제2의 중국이다. 폴란드 국경은 베를린에서 불과 80㎞ 떨어져 있다. 이들 국가 임금은 독일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반면 생산성은 높아 유럽의 일자리가 대거 동유럽으로 옮겨가고 있다. 포르셰는 이미 스포츠레저 차량을 슬로바키아에서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다 유럽은 EU헌법 비준을 놓고 국민투표가 진행 중이다. 이 시점에서 무역분쟁은 어떤 형태든 국민투표에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과의 무역분쟁은 곧 EU 경제에 대한 경종이다.

중국의 교역전략은 인위적으로 자국 화폐 가치를 낮추고 외국의 수입 증대 요구를 무시하는 것이다. 이 전략은 무역 불균형을 감수하고서라도 수출 주도 경제성장을 하겠다는 것이다. 아시아의 일자리 하나하나는 곧 유럽과 미국의 실업을 의미한다. 조그만 개도국들에 일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다르다.

중국은 이미 WTO에 가입했고 선진국 모임인 G8 가입을 원하고 있다. 중국의 이 같은 야망은 보다 책임있는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 중국은 지금 당장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위안화 고정환율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요제프 요페 독일 디차이트 발행인
정리=최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