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한국 증시 매수 주체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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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증시가 활기를 띠려면 주식을 사거나 사려는 투자자들이 많아야 한다.

그러나 국내 증시에는 주식을 사들일 만한 주체가 없다는 게 문제다. 최근 국내외 각종 악재들로 인해 맥을 못추는 주식시장의 수급상황을 짚어본다.

◇계속 파는 외국인 투자자=이달 들어 외국인들은 지난 25일까지 거래소시장에서 7천9백여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닥시장까지 합치면 액수가 8천억원이 넘는다.

외국인들이 올 초부터 매도 공세를 펼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난 2월 21일까지는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서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나 2월 24일 순매도로 돌아선 후 매도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올 초부터 지난 25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이 증권거래소에서 순매도한 금액은 1조8천3백여억원에 이른다. 코스닥시장에서의 매도 금액을 합치면 이들이 처분한 주식은 모두 2조원을 넘는다.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서 매도 공세로 일관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대만 증시에서는 올 들어 2조2천여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부담 큰 기관투자가=주식형 수익증권 잔액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프로그램 매수차익 거래 잔액이 늘어난 점이 기관투자자에겐 큰 짐이다.

올 들어 투신권의 주식형 수익증권 잔액은 지난달 11일 10조원을 넘어선 뒤 지난 14일 10조8천억원대를 정점으로 한 후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프로그램 매수차익 거래 잔액이 1조원을 넘나들고 있어 5월 옵션 만기일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기관들은 성급히 매수에 가담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힘 빠진 개인투자자=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에도 힘이 빠졌다. 이미 지난 한주 동안 고객예탁금이 5천3백억원 빠져나갔고 실질예탁금도 3천억원 가까이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실질예탁금은 고객예탁금 증가분에서 이틀 전 개인 순매수를 뺀 금액이다. 특히 개인들은 지난주 7천2백억원 이상 순매수에 나서 추가로 주식을 살 여력이 없다.

LG증권 서정광 연구원은 "최근 반짝했던 주가 반등이 북핵 문제와 사스 확산때문에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선 쏟아져 나오는 매물을 소화할 주체가 마땅찮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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