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추락] 中. "가정 해체까지 몰리기 전 개인파산제 적극 활용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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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많은 빚이 표면에 떠올랐을 때 내가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이혼이었다."(대화명 'jumam01')

"경제적인 문제로 이혼을 한 건 아니지만 이혼을 하고 나니 모든 채무가 내 몫으로 고스란히 남았다."(대화명 '달빛맑은')

개인 파산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김관기(42.사진) 변호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무료 파산 상담 카페에 지난달 말 이혼.가정 상담 코너를 추가했다. 파산으로 이혼을 하거나, 이혼한 뒤 파산에 이르는 경우가 많은 점을 감안한 것이다.

김 변호사는 "오랜 불황 탓인지 요즘 파산 상담자 중엔 목사와 유치원.학원 원장, 산부인과 의사들도 있다"며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추락한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빈곤층으로 전락한 뒤에도 빚 독촉에 시달리다 못해 기초생활급여를 받아 카드대금을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먹고살라고 정부가 지원해 주는 돈을 빚을 갚는 데 쓰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파산 신청을 늦게 하는 바람에 가정까지 해체된 경우를 보면 안타깝다"며 파산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당부한다. 그러기 위해선 개인파산을 '도덕적 해이'로 보는 부정적 인식이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인파산 신청 후 면책 결정을 받기까지 대부분 빚을 갚느라 지칠 대로 지친 사람들인데도 '남의 돈을 떼어먹은 사람'으로 매도되곤 한다. 그런 시선이 두려워 개인파산을 꺼리는 사람도 많다."

그는 또 "파산자에 대한 차별을 법으로 금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한국의 금융회사들은 파산자에 대한 '특별기록'을 일반 신용불량(장기연체) 기록보다 더 오래(7년) 남겨놓아 정상적인 취업을 막는다"며 "파산자도 사회보험 가입자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 특별취재팀=신성식.김정수.권호.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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