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소싸움판 '형제 천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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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 하영효(左)씨가 자신의 싸움소 ‘범이’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오른쪽에 있는 사람은 형 의효씨. [연합]

전국의 소싸움 판을 평정하고 있는 형제가 있다. 4대째 싸움소를 키우는 경남 의령군 의령읍 만천리의 하의효(71).영효(66)씨 형제다.

영효씨가 기르는 여섯 살 '범이'는 지난 4월 의령 의병제 투우대회에서 우승함으로써 12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의효씨의 일곱 살짜리 '꺽쇠'는 지난달 말 진주 논개제 투우대회에서 우승해 8연승을 기록했다. 큰 대회에 출전하는 100여 마리의 소 가운데 체급별(570㎏이상 병종, 641㎏이상 을종, 731㎏이상 갑종) 4강에 드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라 이같은 연승 기록은 '소싸움판의 신화'라 부를 만하다는 게 투우계의 평가다.

몸무게가 920㎏인 '범이'는 지구력이 뛰어나 상대의 힘을 빼서 굴복시키는 스타일이며, 1t이 넘는 '꺽쇠'는 10분 안에 승부를 내는 속전속결 스타일이다. 두 마리의 역대 대결에서는 '범이'가 5전 전승을 했다. 이후 형제는 예선전에서 맞붙는 경우를 피하기 위해 동시 출전을 자제하고 있다.

전국 규모 소싸움 대회의 우승 상금은 평균 600만~700만원. 하지만 하씨 형제는 이 정도로는 소 관리 비용 대기도 빡빡하다고 말한다. 소싸움에 몰두하는 이유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형제는 이구동성으로 "소싸움을 안 시켜본 사람은 그 맛을 모른다. 입이 바싹바싹 마르다 내 소가 이기고 상대 소가 도망가는 것을 보면 그렇게 통쾌할 수가 없다"고 했다.

영효씨는 "최근 '범이'를 2억원에 팔라는 제의를 받았지만 그동안 쌓인 정 때문에 팔 수가 없다"면서 "힘이 떨어져 싸움을 못하고 수명이 다하면 내 손으로 묻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의령=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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