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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전선에 튀는 '사스 불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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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현대증권은 28일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확산으로 중국 등지로의 휴대전화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LG전자의 적정 주가를 기존 6만원에서 5만5천원으로 낮췄다.

대우증권은 "사스와 북핵 등 악재가 많아 주가지수 지지선을 기존의 560포인트에서 530포인트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사스 공포'가 국내 주요 산업과 증권시장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사스가 계속 확산될 경우 인터넷.통신서비스.제약 등을 제외한 전 업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게다가 북핵 위기가 가중되고 경기회복도 늦어지면서 국제 투자은행들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산업자원부도 이날부터 수출상황반을 가동하고, 29일 수출 관련 기관들이 참가하는 대책회의를 열기로 했다.

아직 사스 확산으로 인한 직접적인 수출 차질이 가시화되지 않았지만 중국.홍콩 등의 성장이 둔화하면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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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업종이 사스 영향권=삼성증권은 사스의 확산이 앞으로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소비 부진으로 신용카드와 소매 및 소비재 업종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항공.석유화학.섬유 및 의복.엔터테인먼트.미디어.철강 및 금속.조선.자동차 등도 매출 부진에 시달릴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국시장 의존도가 큰 기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포스코의 전체 생산 및 매출 중 중국에서의 생산 및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이며, LG석유화학.한화석유화학.호남석유화학도 22~29%에 달했다.

전자업종에서는 삼성전기가 38%, 팬텍은 50%, 텔슨전자는 28%였다. 현대증권 김희연 애널리스트는 "사스가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제조자 설계생산(ODM) 방식으로 휴대전화를 만들어 수출하는 팬텍 등 중소형 업체의 2분기 실적이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휴대전화는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 1위 품목이다.

반도체와 가전업종의 전망도 불투명하다. 대우증권 정창원 팀장은 "아시아 국가의 컴퓨터 소비가 D램 시장을 지탱해 왔다"며 "사스가 확산될 경우 컴퓨터 등 최종 소비재 판매가 급격히 줄어 반도체 경기가 더 가라앉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철강업종도 사스 영향권에 들어 있다. 삼성증권 김경중 부장은 "국내 철강업체의 수출 비중은 중국과 동남아시아가 각각 30%를 차지하는데 2월 말부터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중에 사스 악재가 겹쳤다"며 "종목에 관계없이 당분간 철강주들은 약세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세계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이어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아시아권의 성장률 전망을 낮추면서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5%에서 4%로 하향 조정했다.

SK증권은 "세계 경제의 성장을 주도해 온 동아시아가 이제는 성장 둔화를 주도하는 역할로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제약 등에는 호재=대우증권은 사스가 확산되면 인터넷쇼핑.온라인게임.통신서비스.제약 등 4개 업종은 호황을 누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증권 박재석 연구원도 "사스가 외부활동을 자제시키면 자연스레 인터넷을 이용하는 시간이 많아질 것"이라며 "쇼핑몰을 비롯해 게임 등 콘텐츠사업.인터넷 광고 등의 업종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사스로 인해 중국.대만 등이 주요 생산기지인 품목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LG투자증권 노근창 연구위원은 "노키아는 베이징(北京), 모토로라는 톈진(天津)에 주 생산공장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중국 생산 비중을 축소할 경우 국내 업체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에 생산기지를 많이 둔 대만의 반도체.LCD 제조업체들이 가동률을 줄이고, 나아가 대만에까지 사스가 확산될 경우 국내 업체는 오히려 점유율을 높이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준현.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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