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밑줄 쫙 NIE] 줄기세포로 난치병 없는 세상 꿈꿔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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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난자에 체세포 핵을 주입하는 장면. 전기 충격을 줘 난자와 체세포 핵을 결합한 뒤 시험관에서 배양하면 인간 배아 줄기세포가 된다. [중앙포토]

질병 없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인류의 오랜 꿈이었다. 최근 생명과학 기술의 발달로 그 꿈이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이 난치병 치료의 열쇠인 면역 거부 반응이 없는 배아 줄기세포(stem cell)를 추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줄기세포 치료 방법이 완성되면 척수 마비로 고생하다 숨진 '수퍼맨'의 주인공 크리스토퍼 리브 같은 환자도, 당뇨병도 고칠 수 있다. 그러나 획기적인 질병 치료 가능성에도 배아 복제가 생명윤리에 어긋난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배아 줄기세포란 무엇이며, 생명윤리 논쟁의 핵심은 무엇인지 등을 공부한다.

◆배아 복제 어떻게 하나=사람의 몸을 이루는 세포는 100조 개에 이른다. 이 무수한 세포도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어머니의 난자와 아버지의 정자가 만나 짝을 이룬 한 개의 세포(수정란)에서 비롯한다. 수정란은'2→4→8개'등 2의 배수로 분열을 거듭하면서 배아기를 거쳐 태아가 된다.

배아란 수정란이 만들어진 순간부터 14일이 지나기 전까지의'세포 덩어리'다. 이때까진 혈액.뼈.심장.간 등 신체를 구성하는 장기(모두 220여 가지)가 형성되지 않은 미성숙 상태여서 태아와는 구별된다. 배아는 난자와 정자를 수정시키는 방법 말고도 인간 등 동물의 체세포를 복제해 만들 수도 있다.

1996년 영국의 로슬린연구소가 성공한 복제 양 '돌리'가 체세포 배아 복제의 시초다. 돌리의 배아는 핵(어미의 유전물질이 들어 있음)을 제거한 양의 난자와 다른 암양의 체세포를 전기 충격으로 결합해 복제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든 배아를 암양의 자궁에 심은 결과 체세포를 제공한 암양과 똑같은 복제 양이 탄생한 것이다.

황 교수팀은 앞서 지난해 2월 세계 최초로 사람의 체세포와 난자로 배아를 복제하고 줄기세포를 얻었다. 여성의 난자에서 핵을 없앤 뒤 다른 사람의 체세포 핵을 넣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이번엔 환자 본인의 체세포로 배아를 복제해 줄기세포를 얻는 데 성공했다.

◆난치병 치료에 왜 줄기세포가 쓰이나=배아 복제는 줄기세포 연구와 맞닿아 있다. 배아 단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는 뼈.간.심장 등 장기로 발전할 수 있는'만능세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아 줄기세포로 각종 난치병 치료에 쓰이는 장기 세포를 시험관에서 무한정 만들어 이식할 수 있다면 인류의 꿈인 무병장수가 실현된다. 기증된 장기가 부족한 현실에서 꼭 필요한 기술이다.

◆생명윤리 논란의 쟁점=배아 복제 연구가 난치병 환자에겐 희망이지만 생명윤리를 둘러싼 논쟁을 부른다. 복제 양 돌리가 태어났듯 이론적으론 체세포를 복제해 얻은 배아를 자궁에 이식하면 체세포를 제공한 사람과 유전적으로 똑같은 복제인간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복제인간이 나오면 어떻게 될까. 인간의 존엄성과 윤리, 종교적 가치관 등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남녀의 결합을 통한 생명 탄생의 질서가 파괴되고, 사람이 사람을 창조함으로써 기존의 종교관도 무너진다. 부모의 체세포를 복제해 태어난 아기가 나와는 어떤 관계인지 설정하기도 어렵다. 인간과 동물이 결합돼 전설 속의 괴물이 나올 수도 있다.

배아 파괴 문제도 있다. 생명윤리를 내세우는 사람들은 체세포의 핵을 주입한 난자도 생명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인간 배아를'세포 덩어리'로 규정한 생명윤리법이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며 헌법소원도 낸 상태다. 이에 대해 생명과학계에선 배아가 생명의 틀을 덜 갖춘 세포 덩어리에 불과하므로 배아 줄기세포로 수많은 생명을 구하는 것이 훨씬 더 윤리적이라고 맞선다.

◆국내외 생명윤리법은 어떤가=국내의 경우 올해부터 시행된'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난치병 치료를 위한 연구의 경우 체세포 배아 복제를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이 법에 따라 황 교수팀이 줄기세포를 연구할 수 있는 것이다.

유엔은 지난 3월 배아 복제 자체를 금지하는 선언문을 채택한 바 있다. 하지만 구속력이 없어 배아 복제 문제를 둘러싼 국제적 논란이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영국은 2002년 인간 배아 복제 연구를 허용하는 '생명윤리법'을 제정했고, 지난해 8월 치료 목적의 배아 복제를 처음 승인했다. 2001년 치료 목적의 배아 복제 연구조차 중단시켰던 미국 하원은 최근 이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상원에서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태종 NIE 전문기자.조종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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