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외화 수입폭 좀 더 넓혔으면…|거의가 미국 것…중복방영 많아 시청자는 피곤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신정연후를 맞아 두 방송국이 꾸며낸 특집방송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열 다섯 편이 넘는 극 외화라 하겠다. 같은 영화를 재탕 삼 탕해 댄 폐단이 올해에도 여전해 큰불만을 주었는데 이런 고식적인 영화방영태도는 이제 당연히 고쳐져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영화는 그 자체가 오락이고 예술임에 틀림없지만 차원 높게는 우리와 다른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방송선진국에서는 외국의 예술 성 있는 영화들을 다뤄 그들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올해의 경우 미국영화중심으로 편성된 점은 문화수입의 단조현상의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기회에 상업성이 없어 극장용으로 기피되는 예술영화들을 폭넓게 들여와 방송에서 선보이는 것이 방송영화의 다변화의 길이다. 시청자의 문화의식을 높이는데도 보탬이 될 것이다.
『우리경제전망』도 특집물의 하나였다.
좌담프로에서 중요한 것은 출연자의 강의식 학술적 표현을 시청자에게 흥미 있게 전달하는 기술이다.
TV가 시청각을 종합시킨 미디어라고 할 때 영상이 표현하는 내용이 더 인상적이고 흥미로울 수가 있다. 이렇게 볼 때 이 경제특집도 그 제작이 단조로와 시청자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또 사회자도 출연자의 얘기를 정리하는데 그치지 말고 화제를 유도하거나 압축시켜 말을 끊고 바꾸는 적극성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방송에서 퀴즈프로가 많은 이유는 적은 돈을 들여 쉽게 프로를 꾸밀 수 있다는 방송국의 장사 속 탓도 크지만, 시청자가 함께 퀴즈를 풀며 지식을 얻는데서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MBC의『장학퀴즈』가 많은 인기를 모으는 것은 사회자의 유능한 진행과 흠잡을 데 없는 문제해설 솜씨에 있다.
이번 특집에서도 이점이 잘 발휘되었거니와, 또 효과적인 영상처리나 적절한 출연인사의 선정이 프로를 빛내게 한 것 같다.
여기에 견주어 KBS의『퀴즈 대 작전』은 출연자선발에 미스가 보이고 사전조작의 낌새, 치졸한 붓글씨게임, 산만한 구성이 프로를 지루하게 만들고 말았다.
대하드라마가 성공을 거둘 조건은 우선 특집극을 만든다는 화제를 뿌려 시청자의 관심을 집중시킬 일이 전제된다. 그런데 이런 충격도 거듭되면 면역이 생겨 시청자의 흥미를 끌 수가 없다. 이런 이치에서 이제 특집극의 제작은 신중해야 한다.
이번 특집방송에서도 두 방송극은 몇 편의 대하 특집극을 꾸몄는데 전반적으로 성공적이라고 하기에는 힘들 것 같다.
『봄에는 개나리』는 KBS의 3시간 드라마-수몰지구 농민의 이토 문제가 주제일 듯 싶었는데 사회성이 없는 집안 일로 그쳐, 시청자와의 공통성을 찾을 수 없어 애초에 흥미를 모을 수가 없었다.
앞으로 있을 댐 공사에 따른 이주민의 문제점은 시사성도 커 이점을 테마로 삼았어야 옳았을 터인데 상속 때문에 부모를 괴롭히는 내용이니 소재의 참신성도 없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서방님』『마님』따위도 오늘의 농촌사회의 주종간의 호칭 법이 아니고, 놋 화로가 방마다 놓인 것, 『홍콩에서 녹각을 들여왔다』는 대사도 그 뜻을 음미하지 않고 쓴 탓이다. 또 특집극은 길어야 되는 것은 아니다.
짧게, 표현을 압축시키는 작법이 더 설득력 있는 극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신규호<방송평론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