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때아닌 리모델링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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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최근 강남권 아파트의 개별 가구를 중심으로 때아닌 리모델링 바람이 불고 있다. 아파트값이 초강세를 보이자 팔지 않고, 그대로 살겠다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 한 이유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아파트는 요즘 리모델링 공사가 활발하다. 이 아파트 39평형에 사는 주민 박모(39)씨는 "요즘 들어 부쩍 개보수하는 집들이 늘어 낮에는 시끄러워 괴로울 정도다. 동마다 최소한 서너 집은 공사 중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이 곳에는 새 입주 아파트 단지에서 볼 수 있는 '구경하는 집'까지 생겼다. 한 주민은 "주변에 리모델링을 많이 하다 보니 인테리어업체가 샘플로 꾸며놓고 주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수요가 늘어난 것은 봄철 성수기 영향도 있지만 최근의 집값 상승세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민들은 보고 있다. 이 아파트 43평형은 9억~10억원, 56평형은 12억~13억5000만원으로 올 들어서만 2억~3억원 올랐다. 미실현 이익이지만 인테리어 비용을 부담하고도 남는 금액이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인근 분당.용인 등의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가려 했던 주민들이 최근 집값이 오르니 눌러앉았다. 지은 지 18년째 되는 아파트여서 몇 년 살 각오로 집을 고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초구 서초.잠원동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로 재건축이나 단지 전체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곳을 제외한 계단식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일부 양도세 부담 때문에 평형 넓혀가기를 포기한 주민들도 공간효율을 높이고자 리모델링을 하고 있다.

서초동 S공인 사장은 "정부의 강남권 중층 단지 재건축 불가 방침으로 어차피 재건축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과감히 공사를 한다. 올 들어 2~3억원씩 오른 아파트가 수두룩하니 공사할 기분도 날 것"이라고 말했다.

잠원동 Y공인 대표는 "한두 달 짐을 맡겨 놓고 수리해서 입주할 아파트를 찾는 사람이 많다.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강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한 단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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