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 정부에 핵협상 복귀 첫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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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 간의 한.미 정상회담(한국시간 11일 새벽)이 개최되는 이번 주가 북핵 6자회담 재개 여부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특히 북한이 정상회담을 전후해 6자회담 복귀에 어떤 입장을 보일지가 주목된다.

최근 서울과 워싱턴에선 낙관적인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북한은 최근 미 행정부와 접촉을 갖고 핵 프로그램에 대한 협상에 복귀할 준비를 하고 있음을 처음으로 시사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미국과 아시아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6일 보도했다. 북.미 간의 접촉 사실은 미 국방부 고위 관리가 싱가포르에서 대 북한 제재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하는 문제를 미국이 수주 내 결정하겠다고 밝힌 자리에서 드러났다.

양국의 접촉에서 진전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무엇을 논의했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한 관리는 이 접촉에서 북한은 협상 참가에 대한 거부 자세를 누그러뜨렸다고 말했다. 북.미 접촉은 미국의 두 관리가 5월 북한을 방문한 데 이어 나온 것이다.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은 "어떤 예단도 이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상회담 결과와 북한의 선택에 대해 긍정적 전망이 우세해진 상황이다. 한 고위 관계자는 그 근거로 북한의 태도가 유연해진 점을 꼽았다. 지난달 13일 뉴욕 접촉 이후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와 미 국무부 간에 수시로 전화.팩스.e-메일로 활발한 연락이 오가고 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미측도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도록 성의를 다하고 있으며 충분한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안다"며 "북측의 답변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현충일 추념사에서 "이번 주에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얼마 후엔 남북 장관급 회담을 하게 된다"며 "이런 노력을 통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 국민 여러분의 걱정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부시 미 대통령이 백악관 회견에서 '미스터 김정일'이라고 호칭하자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미스터를 '선생'이라 해석하며 "그 같은 존칭에 유의한다"고 화답한 점도 긍정적이라고 이 관계자는 해석했다. 그는 "아직 구체적 증거는 없지만 북한의 6자회담 참석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 또한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북한을 추가로 자극하지 않고, 6자회담 거부의 빌미를 주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는 "미국은 그간 공식적으로는 대북 선제 공격이나 김정일 체제 전복 같은 방안을 거론하지 않았다"며 "이번 회담에서도 북핵의 평화적 해결에 방점이 주어지고 북한이 전향적으로 나오도록 하는 쪽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우리 측이 검토해온 '중요한 (대북) 제안'을 논의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그럴 계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또 다른 주제인 한.미 동맹과 관련해서는 동맹의 지속성과 공고함을 두 정상이 천명할 것이라고 워싱턴 소식통이 5일 밝혔다. 이 소식통은 "양 정상은 동맹이 (균열 조짐이 보인다는 일부 논란과 달리) 대단히 공고한 상태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유지.발전해갈 것임을 확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훈 기자,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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