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스펠링 외우기 인도계가 챔피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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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a-p-p-o-g-g-i-a-t-u-r-a(아포자투라.'앞꾸밈음'이라는 뜻)."

지난 2일 미국 워싱턴에서 미디어 그룹 스크립스가 주최한 2005 단어 철자(스펠링) 경연대회 최종 라운드. 캘리포니아에 사는 인도계 소년 아누라그 카시얍(13)이 보통 사람은 들어본 적도 없는 단어의 철자를 정확하게 외쳐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미국에서 단어 철자를 가장 잘 외우는 챔피언이 탄생한 순간 관중석에선 "이번에도 인도계"라는 웅성거림이 퍼져나갔다.

78회째를 맞는 권위 있는 스펠링 대회를 올해도 어김없이 인도계 미국인들이 휩쓸었다고 6일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1~3위를 모두 인도 어린이가 차지한 것이다. 9~14세 어린이들이 참가하는 이 대회에서 인도계 이민자가 지난 7년 동안 다섯 차례 우승했다.

인도 어린이들이 스펠링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는 인도 가정들의 교육열 때문이라고 언론들은 분석했다. 미국에 사는 인도계 이민자들은 공학.과학.수학 전문가 등 많은 교육을 받은 최고의 인재들이다. 다른 이민자들과 달리 인도 가정에서는 부모가 영어를 구사하는 것도 이점이다.

미국 내 인도인 사회의 노력도 한몫했다. 미국 내 인도 장학재단인 '남북 재단'은 인도 어린이들이 수학과 과학에는 강한 데 반해 언어에는 약하다는 점에 착안해 1993년 스펠링 대회를 만들었다. 이 재단의 라트남 치투리 이사장은 "언어의 기본은 단어"라며 "인도계 어린이들이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해 이 대회를 생각해 냈다"고 말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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