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성장률 '뚝'인데 … 왜 20대 소비는 늘어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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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가 돈을 쓰고 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친 2.7%에 그치는 등 경기 회복이 더딘 가운데 20대의 소비는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대가 '돈 쓰기'에 나선 것과 관련해 두 갈래 해석이 나온다. 하나는 경기가 회복되는 조짐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최근 후발 카드업체들이 카드 발급을 늘리며 생긴 이상 소비현상이라는 것이다.

◆ 20대 소비 회복세=통계청의 소비자 기대지수 조사에 따르면 4월 20대의 기대지수가 105.0으로 30대(104.7)와 40대(99.8)보다 높았다. 20대의 기대지수는 올 1월 가장 먼저 100을 넘긴 이래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지수는 경기.소비 지출 등에 대한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것으로, 100이 넘으면 6개월 후 형편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젊은이들이 모이는 서울 명동.신촌 상권과 백화점들의 젊은이 대상 상인들은 "확실히 소비가 늘었다"고 입을 모은다. 20대가 주로 찾는 명동.강남역.대학로 등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들은 월별 매출이 올 들어 평균 25% 정도 성장했다고 밝혔다.

백화점 매출액 통계에서도 20대의 소비경향은 뚜렷하다. 롯데.현대.갤러리아 백화점에 따르면 2~4월 20대의 월별 매출액 증가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20%씩 늘었다. 이 기간 30~50대의 월 매출 증가율은 1~5%였다.

백화점을 방문하는 20대 고객 수나 1인당 구매액도 늘었다. 현대백화점의 1~5월 20대 구매자의 월별 객단가(고객이 백화점 1회 방문에 쓰는 돈)는 지난해보다 5% 정도 늘었다. 롯데백화점 김경몽 영플라자 팀장은 "20대 소비자는 2000년대 초반까지 백화점의 효자 고객이었다가 카드 신용불량자 대란 때 대거 빠져나갔다"며 "요즘 직원들 사이에 '20대가 돌아왔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 왜 20대가 돈을 쓸까=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원은 "20대의 소비는 의류.통신 등 사치재 관련 지출이 많아 경기의 선행지표로 본다"며 "이들은 경기가 나빠지면 가장 먼저 소비를 줄이고, 경기가 좋아지면 가장 먼저 소비를 늘린다"고 말했다. 신 연구원은 "20대가 돈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은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업계에선 카드업체들이 다시 카드 발급 경쟁에 들어가면서 20대의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용불량자 사태로 움츠렸던 카드사들이 지난해 중반부터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은행 잔고 내에서 결제하는 카드)의 판촉을 강화하면서 젊은층의 카드 발급이 확 늘어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LG카드의 경우 2월 이후 전체 신규 카드 발급 중 20대의 비중이 40%를 웃돌고 있다. 지난해 중반까지 20대의 신규 발급률은 전체의 35%선이었다. 신한카드는 전체 카드 발급자 중 20대의 비율이 지난해 10월 30%에서 4월 33%로 늘어난 반면 이 기간 30대 신규 발급자 비율은 39%에서 35%로 줄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특히 후발 카드업체들이 판촉을 강화하며 20대에 대한 카드 발급을 다시 늘리는 추세"라며 "이런 가운데 20대 신용불량자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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