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과 창의의 존중시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새해들어 정부는 몇가지 좋은 선물을 국민들에게 주었다. 36년4개월동안 계속되어온 통행금지를 6일자정을 기해 접적지역과 해안선등 일부취약지구를 제외하고 전면해체 했는가하면, 중·고생의 교복이나 머리형도 교장의 재량에 일임, 자율화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통금해제의 경우 전두환대통령은 이 문제가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고 정부에서도 해제를 전제로 한 대책을 꾸준히 준비해왔을 뿐 아니라 특히 크리스머스와 연말·연시의 통금해제 기간동안 모든지역이 평온했던 점으로 미루어 당장 통금을 해제해도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통금을 해제한 정부의 결정을 모든 국민들과 더불어 환영해 마지않는 까닭은 이 조치가 비단 통행의 자유를 회복시켜주었다는 점에서가 아니라 우리의 안보나 치안상태가 통금을 풀어도 큰지장이 없다는 우리의 자신감과 그동안 높아진 국민의 의식수준을 국내외에 과시하게되었기 때문이다.
중·고교생의 머리형을 새학기부터 자유로 다듬게 하고 내년부터는 교복도 유니폼이 아니라 자유롭게 입도록 교장에게 일임한 것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통행금지를 비롯해서 학생들의 교복이나 머리형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제약을 가하고 이래라 저래라 한 것은 국민의 처지에서 보면 커다란 정신적인 부담이 아닐수 없었다.
권장하고 고무하기보다는 제약을 가하거나 금지로 일관한 것이 정부라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주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돌이켜보면 우리에게는 너무나 금기가 많았고 제약이 많았다.
중·고생의 유니폼은 일제통치하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니 논외로 치더라도 통금을 36년씩이나 실시해온 나라는 아마 세계에서 우리나라를 빼놓고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북괴와 대치하고있는 우리의 상황이 기구하고 심각했음을 뜻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가 통금을 해제했다고 해서 이 제도를 오랫동안 실시치 않을 수 없었던 우리나라의 기본적인 상황에 변동이 생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로 이제는 밤늦게까지 마음대로 다녀도 좋게 되었고 머리는 짧게 깎아야하고 반듯이 제복을 입어야 학생이라는 정형화된 의식이나 강박관념에서는 벗어날 수 있게되었다.
우리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민주주의사회를 실현하는데 있다. 민주정치가 이처럼 온 국민의 한결같은 소망이고 역대정권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에의 실질적인 실천은 거북이걸음을 했을 뿐이다.
그 이유가운데 가장 큰 것은 바로 국민들의 자율적인 활동을 계발하고 격려해 주지 못한 점이었다. 아무런 뿌리도 없는데서 민주주의라는 나무가 자랄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이치인 것이다.
따라서 통금을 해제하고 학생들의 머리모양·교복등을 자율화시킨 조치는 국민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획기적인 조치일 뿐 아니라 국민의 창의성과 개성을 존중하는 민주주의가 이 땅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정초작업을 시작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써 앞으로의 국정의 방향도 짐작을 할 수 있다.
가능하면 타율보다는 자율을 권장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시책방향이 당초의 목표대로 실천되려면 국민들의 이에 대한 적극적인 호응이 뒤따라야 한다.
모처럼 누리게된 자유를 빙자해서 방종으로 흐르는 일이 없어야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국민들 모두가 자제력을 발휘하고 모든 일을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바로 민주시민이 되는 길이라는 인식을 깊이 해야할 때는 바로 지금인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