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기 KT배 왕위전' 쓰러지는 이세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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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39기 KT배 왕위전'
제12보(180~200)
● . 이영구 4단 ○.이세돌 9단

백의 보고라 할 좌변이 무너지면서 이세돌 진영에선 비상벨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다. 백△로 갈라 공격에 나섰으나 이영구 4단이 흑▲의 강경한 응수로 맞서자 더 이상 좋은 수가 보이지 않는다.

'참고도1'백1로 끊어 석 점 잡는 것은 노적에 불 질러 놓고 이삭 줍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러므로 백이 가야할 길은 '참고도2'백1, 3으로 크게 도모하는 것뿐이다. 하나 이것도 백의 포위망이 너무 허술해 4로 뚫리게 되고 자칫하면 좌변 백 대마가 위기에 빠지게 된다.

고심하던 이세돌 9단은 180으로 철수한다. 대단히 궁한 수이고 181부터의 회돌이가 기분 나빠 두기 싫은 수지만 실리로 크다고 본 듯하다.

대국 후 반포의 권갑룡 도장에서 가진 해설회. 기보를 놓아 보던 15살 김지석 2단이 수줍게 한마디 한다. "여기서 거의 결정됐다고 하던데요. "

서봉수 9단은 아까부터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는 이세돌의 재주에 감탄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영구는 또 누구란 말인가. 황소처럼 느릿하게 움직이는 이영구의 호흡에 이세돌이 지금 막 넘어가려 하고 있지 않는가.

186은 날카로운 흔들기였으나 이영구는 침착하게 187 쪽으로 대응하여 바꿔치기를 만들어낸다. 죽었던 백 돌이 살아간 대신 195로 넉 점이 잡혔으므로 계산서는 변하지 않는다. 200으로 되돌아서는 이세돌의 발걸음이 무겁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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