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결말 TV서 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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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연재 소설의 결말은 TV에서 보세요."

잡지에서 연재하던 소설을 TV의 드라마가 이어받아 결말을 맺게 하는 '잡지와 방송'의 미디어 융합방식이 일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작품 제목은 '내일까지의 거리'. 2002년 일본의 권위 있는 소설상인 나오키(直木)상을 받은 유이카와 게이(唯川惠.50)의 소설이다. 줄거리는 에이코(英子)와 리사(莉沙)라는 20대 여성이 한 남자를 둘러싸고 벌이는 사랑 쟁탈전, 그리고 그들에게 있어 행복은 무엇인지를 조명하는 내용이다.

이 작품은 먼저 잡지 두 곳에서 연재가 시작됐다. 분게이슌주(文藝春秋)사가 발간하는 월간 '클레아'에서는 에이코의 시각에서 접근한 줄거리가 실렸다. 고단샤(講談社)가 발간하는 격주간 '후라우'에선 리사가 주인공이 돼 접근하는 방식을 취했다. 같은 작가가 같은 주제의 소설을 두 개의 경쟁지에 각기 다른 시각에서 전개한 글을 실은 것이다. 그렇게 각각 3회씩 연재한 다음 두 잡지의 소설은 이달 초 함께 막을 내렸다. 마지막 문구는 '결말은 TV 드라마에서…'다.

그리고 시작되는 것이 TV 방송극'27세의 여름방학'이다. 30일 TBS에서 2시간 동안 방영될 이 드라마에서는 에이코.리사가 공동 주인공으로 등장해 소설의 끝마무리를 한다. TBS 관계자는 "이 같은 방식은 사상 초유의 시도"라고 강조했다.

이 아이디어는 광고기획사가 작가.출판사.방송사에 제안해 성사됐다. 잡지와 방송이 새로운 형태의 공조를 이뤄 화제를 만들어보겠다는 작전이다.

아사히(朝日)신문은 "독자층이 겹쳐 경쟁관계에 있는 잡지가 연대해 소설을 연재한 것도 극히 드문 일"이라며 "'클레아'나 '후라우'입장에서도 상대방 독자가 자신의 잡지를 읽게끔 유도하는 짭짤한 효과를 얻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 미디어업계에선 이 같은 방식이 인터넷 등장 이후 구독자 감소와 시청률 하락에 시달리고 있는 출판사와 방송사들 간의 '윈-윈'게임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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