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후지쓰배 8연패 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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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국 바둑이 중국.일본의 강자들을 모조리 격파하고 후지쓰배 8연패를 확정지었다. 유창혁 9단, 이세돌 9단, 최철한 9단, 송태곤 7단 등 4명의 한국 기사는 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후지쓰배 세계바둑대회(우승 상금 1500만 엔) 8강전에서 모두 승리함으로써 일찌감치 한국 우승을 결정지었다. 이창호 9단이 탈락했어도 세계 최강 한국의 저력은 막강했다.

맨 처음 승전보를 전한 기사는 최철한 9단이었다. 올 초 응씨배 결승에서 중국에 뼈아픈 패배를 당했던 최철한이 유일한 일본 대표인 대만계의 왕밍완(王銘琬) 9단에게 흑 6집반승을 거두고 4강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후지쓰배 2연패에 빛나는 이세돌 9단도 한국 바둑의 대들보답게 최근의 연승 무드를 살리며 중국의 위빈(兪斌) 9단을 2집반 차로 제쳤다. 맏형 격인 유창혁 9단은 1993년 한국 기사 중에선 맨 먼저 후지쓰배 등정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깊은 슬럼프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연초부터 재기의 흐름을 타기 시작하더니 이번에 중국의 신예 강자인 왕시(王檄) 5단을 백 불계로 통쾌하게 꺾어버렸다.

가장 놀라운 승리는 송태곤 7단이 따냈다. 송태곤은 이미 2년 전 후지쓰배에서 준우승하며 세계 강자의 대열에 합류한 19세의 차세대 기대주였으나 올 들어 50%를 밑도는 승률을 보이며 극도의 부진에 허덕였다. 더구나 그의 상대는 중국 랭킹 1위이자 중국이 이번 대회에서 가장 믿고 있던 구리(古力) 7단이었는데 송태곤은 예상을 뒤엎고 불계승을 거뒀다. 후지쓰배 준결승전은 7월 2일, 결승전은 7월 4일 일본에서 열릴 예정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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