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아닌 "치채"요법의 본보기|두달동안 세차례나 단행된 금리인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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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남덕우국무총리가『연내금리인하는 없다』고 밝힌지 20일도 채 못돼 금리의 추가인하가 단행됐다.
그동안 의연하게『경제호조』를 주장해온 정부가 총리의 발언을 뒤짚고 서둘러 금리인하를 한 것은 정책의 신축성이란 측면에서 새로운 국면을 보여준다.
상황에 맞추어 기민하게 정책을 조정해 간다는 것은 결코 나무랄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신축적 대응이라는 측면보다는 경제의 상황을 보는 눈이 뒤늦게 개안하는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
왜냐하면 경제상황은 두달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게 없다.
정부쪽에서만『잘되어가고 있음』을 강조했을 뿐 시중경기나 업계는 침체의 늪속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계는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경제를 보고있다면서 좀더 과감한 경제활성화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해 왔다.
금리는 적어도 16%선으로 끌어내려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기업의 금융비용부담을 덜어주고 투자마인드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관련조치와 함께 금리의 과감한 인하는 불가피하다는 주장은 충분한 근거가 있다.
실질금리의 보장운운하며 고금리를 주장해온 관청이코노미스트들은 이러한 경제계의 주장을 습관성 엄살이라고 흘려들었다.
그래서 마지못해 1%포인트밖에 인하하지 못하는 조심성을 보였다.
그러다보니 찔끔 찔끔 두달도 못돼 세 번에 걸친 인하를 하게 된 것이다.
정부로서는 경제에 주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수시로 조금씩 조정한다는 원칙을 적용한 것이라고 말한다.
한꺼번에 대폭 조정하는 것은 그만한 부작용이 뒤따르게 마련이어서 그때 그때 완만하게 조정하겠다는 것은 맞는 얘기다.
문제는 약을 쓸때도 적정단위를 적정량 복용해야 효과를 보듯이 모든 정책은 적절한 폭과 내용을 지녀야 한다.
그동안 정부가 취한 경제정책은『무책이 상책』이라는 소리를 들을만큼 너무나 조심스럽고 소심했다는 비판을 받게된 것도 이유가 없지 않을 것이다.
올해 도매물가가 11.8%선에서 멈춰지고 앞으로도 물가상승요인이 별로 없음을 감안한다면 아직도 금리의 인하여력은 남아있다.
정부는 경제지표의 추이를 보아 다시 인하조정할 것이 틀림없지만 적극적으로도 경제를 활성화시켜야할 필요성에 대해선 아직도 제대로 인식이 되어있는 것 같지 않다.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이 5백%를 넘고 1년에 부담하는 금융기관 이자부담만도 약 5조원에 달한다.
이번 3번째의 금리인하는 물가안정에 용기를 얻어 기업원가부담을 내려준다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늦으나마 금리를 인하한 것은 안한 것보다는 잘한 일이나 금리정책이 사전조정적이 못되고 허덕허덕 상황을 쫓아가는 인상이다. <이제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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