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펼치는「겨레시」짓기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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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섣달그뭄>
이영신 <강원도평창군대화면대화5리>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만두 빚어 웃음 담고
섣달 그믐 기우는 달 눈 위에 밝혀두고
한 아름 소망을 담아 밝은 내일 기원한다.

<친구>
서재환 <경기도양주군구리읍분매리>
사느라 허둥대며 까맣게 잊고 살다
오랜만에 서로 만나이야기 나누다보니
흙냄새 두엄 내음새 고향에 온 것 같다,

<빛이여 소리여>
이수정 <경남진주시 망경남동218의1>
불씨 하나 태기 도는 산실이 앓고 있다 신열 앓는 이 찌든 삶
목청것 다독거리고 돌아서 비어 있는 맘 빗장 거는 벽창호.
다가서면 아려오는 아련한 빛과 소리 쌓고 또 쌓아도 세계는 빈 자리 하늘끝 몸 풀 여울목 폭포처럼 쓰다듬다.

<망향>
이영주 <충남대전시중구중촌동280의8>
거기 두고 온 산하 또 한해 묵는구나
미류나무 까치 울면 팽이 치던 얼음판을
이불 속 한밤 새우며 그려보는 대동강.
이내 흩어진 가족 한살씩 더 먹는구나
된장국 김치찌개 모여 앉던 그 밥상을
흰머리 치켜 올리며 바라보는 저 하늘.

<한산도>
이율 <경남충무시북신동272>
파도 나면 확 날아 바람 꽃이 자리 펴서
속으로는 출렁여도 닫힌 바다 그대론데
섬 안쪽 속자리마다 갈 봄 번갈아 든다.
앞뒤 잘린 몸뚱어리 오늘을 살아오며
휘감기는 실바람 끝 때로는 잠을 자도
먼 마음 가까운 정이 바다처럼 술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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