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경력 한꺼번에 500명 채용 … 태광, 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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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태광그룹이 공격적인 인력 채용에 나선다. 태광은 대졸 신입사원 200명, 경력직 300명을 연말까지 공개 채용키로 했다고 13일 발표했다.전체 그룹 인원(정규직 기준 8800명)의 5.7%다.

 태광그룹은 지난 5년간 많아야 연 100명 가량의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2008년(64명), 2010년(56명), 11년(85명)에는 그나마도 두 자리 채용이었다. 이는 그룹의 모태이자 주력인 태광산업이 1990년대 중반 이후 신규 사업 진출이나 사업 확장 없이 ‘현상유지’에 그쳤기 때문이다. 고순도테레프탈산(PTA)·아크릴로나이트릴(AN) 등 석유화학제품 생산이 주력인 태광산업은 2012년 국내 최초로 탄소섬유를 상업생산하기 전까지 별다른 신제품을 내놓지 못한 게 원인이었다.

 ‘에로이카’ 브랜드로 오디오 시장의 큰 손으로 꼽혔던 태광산업 전자사업부 역시 2005년 12월 폐업했다. 워크맨·MP3 등 새 시대의 조류에 밀린 탓이었다. 그나마 금융 계열사인 흥국생명이 꾸준한 성과를 냈지만 삼성·한화·교보 등 ‘생명보험 빅3’에 밀려 격차가 큰 4위에 그쳤다. 방송 계열사인 티브로드·티캐스트도 채용인원은 많지 않았다.

 태광그룹이 공식적으로 밝힌 채용 규모 확대 이유는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에 맞춰 ‘사업보국(事業報國)’이라는 창업 이념을 실천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면에는 신사업 전략과 달라진 미디어 환경이 영향을 미쳤다. 먼저, 태광산업은 탄소섬유와 저융점 섬유(LMF·화학 접착제가 필요 없는 섬유로 기저귀·자동차 트렁크 등에 사용됨)를 양대 축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미디어 분야는 IPTV와 모바일 방송이 보편화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의 필요성이 커졌다. 기존에는 지상파 외에 케이블TV 말고는 방송 플랫폼이 없었지만 요즘에는 방송 콘텐트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로 보는 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태광 측은 예년의 2배 수준인 신입사원 선발의 경우 인문학적 소양을 강화해 뽑을 방침이다. 선근형 태광그룹 홍보팀장은 “스펙만 높은 학생보다는 창의력 있는 인재를 뽑기 위해, 서류전형의 비중은 낮추는 대신 면접에서 역사·철학 등 인문학적 소양을 집중 평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광그룹은 또 전체 채용인원의 30%인 60명을 지방대 출신으로 할당해 뽑기로 했다. 지방대에 대한 배려와 동시에 ‘지역을 진짜로 아는 인재’의 필요성 때문이다. 선 팀장은 “태광산업은 울산·부산·경주에 사업장이 있고, 티브로드는 전주·부산 등에 SO(지역 종합유선방송사업자)에서 영업을 해야 한다”면서 “지역에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할 인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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