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교 정상화 40돌 국제 학술회의] "한·일 정치 긴장, 민간 교류엔 영향 안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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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국교 정상화 4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학술회의가 3일 오전 10시 서울 홍은동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박태준 전 국무총리와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일본 총리 등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됐다.

모리 전 일본 총리(한일의원연맹 일본 측 회장)는 축사에서 "양국에서 이렇게 많은 학자가 한자리에 모인 적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문을 연 뒤 "유감스럽지만 최근 몇 개월간 한.일관계는 반드시 좋다고 말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 간 정치적 긴장의 고통을 양국 어린이나 풀뿌리 교류를 해온 사람들에게 주어서는 안 되고▶양국이 추구해야 할 공통 이익과 지켜야 할 공통의 가치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자고 제의했다. 이어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은 양 국민에게 불가피한 환경이지만 양국이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간단히 파괴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이 지역의 최대 불안정 요인인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선 한.미.일의 연대, 한.일의 연대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한일의원연맹 한국 측 회장인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은 "올해는 국교 정상화 40주년이자 을사조약 100주년으로, 수교 40주년을 기념해 '한.일 우정의 해'로 선포했지만 최근 이런 우호.선린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있어 유감이다. 시마네현의 독도 조례 발표, 울산 앞바다의 한.일 경비정 대치 등이 한.일 간 발전적 미래를 바라는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실한 행동과 태도를 통해 반성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백 번의 사과도 필요 없다"며 "동북아에는 역사인식, FTA, 문화교류 등 산적한 문제가 있는 만큼 정확한 현안과 해법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의 기조연설은 박태준 전 총리와 이노구치 구니코(猪口邦子) 전 유엔 군축대사(조치대 교수)가 맡았다. 이노구치 교수는 "동아시아에 더 이상 전쟁이 있어선 안 된다"며 거듭 전쟁방지를 호소해 장내를 숙연하게 했다. 그는 역사왜곡에 대해 "일본의 침략으로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았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있으며, 대학에서 후속 세대 학생들에게 전해주려고 한다"며 "역대 일본 총리들이 말로 사죄를 했지만, 그보다는 전후 일본이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해 왔고 또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노력이 가장 큰 사죄의 표시"라고 말했다.

박태준 전 총리는 "일본 정치지도층엔 신뢰를, 한국 정치지도층엔 실력을 각각 주문한다"면서 "동북아의 미래를 한.중.일 3국 간 신뢰의 수준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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