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정화운동, 불자들 힘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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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님도 재가불자(평신도)들의 역할을 강조했다”고 말하는 참여불교연대 박광서 대표. 물리학자인 그는 과거 숭산 스님으로부터 출가 대신 재가불자로 활동하라는 권유를 받았다고 밝혔다. 박종근 기자

"승가 공동체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출가정신의 회복없이 불교의 앞날은 어둡다는 점을 밝혀둡니다. 얼마 전 불거진 화엄사의 문화재보수비 횡령 의혹은 정재(淨財.사찰운영비)에 대한 도덕적 인식이 현저히 낮음을 보여줍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유명사찰 경내에 골프장을 만든 행위도 그런 맥락이고요."

불교개혁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참여불교재가연대 박광서(56.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대표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그러나 개혁 드라이브의 카드를 내비치면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부처 시절부터 시행돼온 불교 민주주의 오랜 전통인 대중공의(公議)를 되살릴 경우 투명한 사찰 운영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교수불자회를 창립한 분이고 1998년 불교운동단체로 참여불교재가연대를 만든 뒤부터 대표를 맡아왔습니다.

"80년대 초 미국 MIT 연구원 생활 당시 숭산스님 등에게 저의 출가를 상의했더랬습니다. 그때 출가만이 능사가 아니고 재가불자로 할 일이 더 많다는 말씀을 듣고 머리를 깎지 않았지요."

-불교계의 최근 추문에 대한 재가연대의 판단이 궁금합니다.

"정말 유감이지요. 자꾸 쉬쉬하니까 부풀려진 얘기까지 나돕니다. 서울 근교나 물 좋은 절의 주지 임명을 둘러싸고 큰 규모의 금품이 오간다더라는 식의…."

-사실인가요 아니면 과장일까요.

"과거 총무원장이 주지임명권을 행사할 때의 일부 얘기가 과장된 것이겠죠. 의현 스님 체제가 끝난 94년 이후 '감투장사'는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선출직인 교구본사 주지나 중앙종회의원 등의 경우 아직 말들이 나오는 듯하고, 바로 그 분들에게서 자책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그러면 교단 지도자들의 개혁의지가 문제일까요.

"문중(門中)관계 등 상호 이해가 얽혀 있어 선뜻 손을 못대는 것이지요. 재가연대는 승려들의 품위 유지를 위해서라도 출가자들이 돈을 만지지 않도록 하는 보완책을 건의할 생각입니다. 의결(승려)과 집행(재가신자)을 구분하는 장치 마련이 우선입니다. 이웃 천태종이 그렇게 하고 있는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대중공의를 뒷바침할 민주절차의 마련도 준비중 인 걸로 압니다.

"대중의 참여란 운영의 투명화와 정보 공개가 필수죠. 그걸 제도화해야 합니다. 교단이 자정능력이 의심스러우면 공직 부적격자를 가려 공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도덕적 항의운동이지요."

-어쨌거나 불교 쪽의 평신도 운동은 타 종교보다 뒤진 것 아닐까요.

"아닙니다. 부처님도 당신의 열반 뒤 사후 처리를 재가불자에게 당부했고, 그만큼 재가수행자와 출가수행자의 역할 구분을 강조하신 것이죠."

박 대표의 불교 사랑은 출가 스님 못지않다. "서양 이분법의 유산으로는 개인의 평화나 세계평화도 가능하지 않다"는 확신이다. 한편 그는 불교계 장기기증운동단체인 '생명나눔실천본부' 창립등을 주도했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wowow@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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