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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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의 농촌문학을 이야기하고자할 때 이문구씨의 『우리동네』시리즈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계몽의 대상이거나 현실도피적 귀농문학 혹은 서정성·토속성에 중점을 둔 종래의 농촌문학의 틀을 벗어나 농촌이 삶의 현장이고 그속에 현실적인 많은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 최초의 작업이 이씨의 이작품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70년대의 농촌은 도시화·산업화의 영향에 따라 외면적인 많은 변학를 겪지만 그보다도 더큰 변화는 농촌사회가 내면적으로 붕괴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동네』의 주인공 김씨·유씨·장씨·강씨등은 이러한 사실을 증언하고 거부하는 몸짓을 보이는 사람들이다.
낮은 수매가, 생산의욕을 꺾어 버리는 농산물 수입정책, 관료들의 군림하는 자세와 실정을 도외시한 영농방식 강요등이 이들의 입을 통해 이야기된다.
『농사꾼은 호적 파갖구 물 근너온 의붓국민임감.
다른 물건은 죄다 맹그는 늠이 기분대로 값을 매기는디 워째서 농사꾼만 남이 굿어 준 금에 밑돌어야혀?』 『우리동네 강씨』중에서 강씨부인이 하고 있는 이같은 말은 그들의 사정을 집약한다고 하겠다.
『우리동네』시리즈는 또 TV·냉장고·전기밥솥등 도시적 사치에 대한 관심, 무슨 무슨계를 만들어 치맛바람을 일으키거나 퇴폐로 흐르는 현장도 지적하고 있다.
이씨는 이러한 농촌현실을 사투리와 자신의 독특한 문체, 연작이라는 반복적 형태로 형상화시켜냈다.
『사투리는 현장감을 살리는 의미가 있고 좀 길게 이어지는 문장들은 다양한 실상을 포괄하려하는 것이라고 여러사람들이 이야기하지만 저로서는 작가로서의 고집이라고 말할수 밖에 없군요.』
그의 문장은 처음 대하면 쉽게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변화를 가지고 있는데 그는 우리말의 독특한 가락을 씀으로써 오히려 설득력있게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66년 『현대문학』지를 통해 데뷔한 이씨는 장편소설 『장한몽』, 연작소설『관촌수필』등을 내놓았다.
『장한몽』은 도시화로 밀려나는 도시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쓴 것으로 도시변두리 사람들을 주인공으로한 소설의 붐을 일으켰고 『관촌수필』은 6·25를 20여년이 지난 뒤의 관점에서 본것으로 또한 70년대 6·25문학의 전형이 되었다. 그만큼 작가로서의 시야가 넓다고 하겠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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