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전용면적 25.7평 아파트 10억원 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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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전용면적 25.7평(32~35평형) 안팎 일반 아파트의 호가가 10억원대에 진입했다. 올 들어 값이 급등한 강남구 도곡.압구정동 일대를 중심으로 강북권 같은 평수의 2~5배에 이르는 초고가 아파트가 속속 나오고 있다.

전용면적 25.7평은 4인 가족이 살기에 적당해 국민주택 규모로 불린다. 수요층이 두텁고 공급도 많아 아파트 가격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로 쓰인다. 방은 대부분 3개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 35평형 남향 로열층은 올 들어 1억~2억원 올라 10억~11억원을 호가한다. S공인 김모(50) 대표는 "평당 3000만원선이지만 매물이 없다. 재건축 규제로 강남권에 당분간 중.대형 아파트 공급이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호가 급상승의 큰 요인"이라고 전했다. 압구정동 신현대 35평형 로열층도 올 들어 1억5000만원 이상 올라 9억5000만~10억원을 줘야 살 수 있다. 김모(45) 공인중개사는 "재건축 대상이 아닌데도 지난주 9억9000만원에 팔렸다는 소문에 집주인들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매물을 안 내놓는다"고 말했다.

아파트 분양권도 10억원을 넘보고 있다. 내년 2월 입주하는 도곡동 도곡렉슬 33평형 조합원 분양권 로열층은 9억~9억8000만원을 호가한다. 중개 수수료와 취득 단계 세금을 포함할 경우 매수자 부담액이 많게는 10억원을 넘어서는 셈이다.

하지만 이렇다할 거래 없이 매물 부족에 따른 호가 위주의 상승인 만큼 거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김종필 세무사는 "값이 10억원에 이르는 아파트를 국민주택 규모로 분류,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면적 기준을 하향 조정하거나 가격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세법에는 전용면적 25.7평 이하의 주택을 살 땐 취득세의 10%인 농어촌특별세를 면제해주고 있다.

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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