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44 묘착 … 급소 치중을 악수로 만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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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32강 본선 C조 3라운드> ○·박정환 9단 ●·이창호 9단

제5보(38~44)=대국자의 입장에서 볼 때 반상은 항상 문제다. 사활이든 맥이든 중반의 승부처든 반상은 항상 풀어야 할 문제로 다가온다.

 문제는 어떻게 풀까. 감각적인 답이 먼저 떠올라야 한다. 그 답이 맞느냐 여부는 다음 문제. 논리는 뒤에 보충하는 것이다. 프로들이 항상 손에서 돌을 놓지 않고, 머리로 생각하기보다는 눈으로 손으로 느낌을 중시하는 이유다.

 43은 급소였다. 급소의 감각. 보통 그리 말한다. ‘참고도1’이 노림. b와 c를 맞보는 흑a를 남겨두고 3 지키면 흑은 만족할 수 있다. 귀도 얻고 중앙도 얻은 형국이다. ‘참고도2’도 흑에겐 좋다. 자연스럽게 중앙과 귀를 모두 얻는다.

 하지만 44가 묘착(妙着)으로 43을 악수로 만들었다. 이창호는 44를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이다. 박 9단은 43을 보자마자 44를 별 생각도 없이 가볍게 턱 놓았다. 한 눈에 감각으로 잡혔던가 싶다. 흑이 곤란해졌다. 다음 흑A~흑C를 두고 싶지만 백D 끊겨 흑이 나쁘다.

 이제 흑에게 별다른 수가 없다면 43·44 교환은 흑에게 불리하다. 돌 하나를 그냥 바친 셈이니 말이다. 흑은 43이 없어도 귀는 흑A가 있어 손 빼도 살아있었다. 43은 예리한 급소이긴 했지만 44를 미처 보지 못해 악수로 변했다.  

문용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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