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수익률, 최경환에 웃고 삼성전자에 울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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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 로이터=뉴스1]

올 3분기 펀드 수익률 희비는 ‘최경환 효과’와 삼성전자가 갈랐다. 7월 16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한 뒤 과감한 재정 지출로 침체에 빠진 경제를 살리겠다며 팔을 걷어붙이자 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특히 최 부총리가 상장사의 배당 확대를 유도하고 주택대출 규제를 푸는 정책을 내놓자 코스피는 7월 한 달 동안 3.7%가량 올라 2011년 8월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증시 활성화 기대감에 증권·배당주가, 내수부양 기대감에 소비재·중소형주가 크게 오르며 3분기 국내 증시를 이끌었다. 물론 9월 말부터 불안정한 세계 경제, ‘수퍼달러’ 여파로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이달 들어 코스피가 최 부총리 취임 이전 수준으로 밀려났지만 3분기에는 ‘최경환 효과’가 단비 역할을 했다. 본지가 펀드 평가사 제로인과 함께한 ‘3분기 펀드 평가’에서 주식형 펀드 가운데 증권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삼성KODEX증권주증권상장지수)와 소비재주에 투자하는 ETF(미래에셋TIGER경기방어상장지수)가 각각 수익률 1위(19.65%)와 2위(17.49%)에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큰 기업이 주로 상장돼 있는 코스피는 3분기에 0.89% 오르는 데 그쳤지만 중소기업이 몰려 있는 코스닥은 6.73%나 상승했다. 이는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에 그대로 반영됐다. 이 기간 전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0.33%에 그쳤다. 이에 비해 중소형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는 9.65%에 달했고 배당주 펀드는 5.94%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은 3분기 최대 이슈였다. 삼성전자는 전체 시가총액의 13%를 차지할 정도로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대장주’다. 일반 주식형 펀드가 보유한 주식 가운데 12%가량이 삼성전자 주식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3분기 내내 실적 부진 우려에 시달렸고 연이어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이 기간 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11% 이상 떨어졌다. 시가총액도 194조원에서 174조원으로 줄었다. 이 탓에 삼성전자를 많이 보유한 펀드는 수익률 하락의 쓴맛을 봤고 삼성전자를 담지 않은 펀드는 수익률 상승이라는 단맛을 즐겼다.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 상위 10개 가운데 7개가 삼성전자 주식을 전혀 보유하지 않았다. 또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펀드 3개도 삼성전자의 비중이 0.8~2%에 불과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비중이 큰 펀드는 대부분 수익률이 하위권으로 밀려났다.

 배당주와 가치주로 돈의 쏠림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이들 펀드가 펀드 시장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이 기간 48개 자산운용사 가운데 자금이 순유입된 회사는 11곳에 불과했다. 이들 회사에 유입된 2조6294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1조3596억원)을 배당주와 가치주 투자를 표방하는 신영자산운용이 빨아들였다. 이 회사는 상반기엔 국내 주식형 수익률이 4.82%로 2위에 올랐으나 3분기에는 1위인 메리츠자산운용(14.79%)이나 2위 현대인베스트먼트(12.98%)보다 낮은 8위(3.75%)로 밀렸다.

 그럼에도 많은 돈이 몰리는 데 대해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요즘 같은 저성장·저금리 시대에는 높은 수익률을 내기가 쉽지 않다”며 “저평가된 주식을 사서 그 회사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저위험·중수익(low risk, middle return) 전략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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