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코리안] 파리에 '짝퉁 한식당' 속속 등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프랑스 파리에서 한식당 '한림'을 운영하는 이종수 사장은 식당 문을 닫으려다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중국 유명 여배우 궁리가 "식사를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드골 공항에 이제 도착했는 데 "밤 10시 반까지는 갈 테니 기다려 달라"는 요청이었다. 그 시간에 문을 연 다른 식당들을 마다하고 특별히 부탁한 성의를 생각해 이 사장은 흔쾌히 승낙했다. 제시간에 맞춰 도착한 궁리 일행은 '닭 튀김' 등 한국 요리를 맛있게 먹고 갔다.

이 사장은 "프랑스의 전 교통부 장관 알랭 마들랭과 영화배우 미미도 종종 식사하러 온다"고 말한다. 한식이 입맛 까다로운 파리지앵들에게 인정을 받으며 파리에만 한식당 40여 개가 성업 중이란다.

한데 문제는 한식의 유명세와 더불어 국적 불명의 한식당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버젓이 '코리안 바비큐'(Korean Barbecue)라는 간판을 내건 사이비 한식당이 적지 않게 생겼다. 주로 불고기와 간단한 비빔밥을 취급한다. 대부분 중국인들이 차린 식당이다.

이 사장의 식당 반경 300m 거리 안에만 해도 이 같은 외국인 운영의 한식당이 세 개나 나타났다. 한식 흉내만 내는 경우가 많아 정통 한식을 모르는 파리지앵들에게 자칫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이 사장 등 동포들의 우려다. 때문에 이제 파리에선 한국인 운영의 한식당마다 '원조' 두 글자를 넣어 '원조 ○○ 한식당'으로 간판을 바꿔야 된다는 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