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 서울총회 폐막] "신문 성공 여부는 독자가 결정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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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신문업계의 '살아있는 신화'로 통하는 앨런 뉴하스(81.사진) 전 가네트사 회장이 세계신문협회 총회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신문기자 출신인 뉴하스는 1973년부터 15년간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가네트를 미 최대의 신문그룹으로 키워냈다. 그가 창간한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미국에서 발행부수가 가장 많은 전국지로 자리잡았다. 102개의 신문과 21개의 방송국을 소유한 가네트사는 지난해 74억 달러(약 7조4000억원)의 매출과 13억 달러(약 1조3000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지난달 31일 본사를 찾은 그를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가 인터뷰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총회 개회식에서 언론의 권력화를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정부와 언론의 바람직한 관계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정부 개입의 불가피성에 대해 언급한 노 대통령의 발언은 좀 지나치다고 느꼈다. 정부가 언론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언론도 정확하고 공정하며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시장점유율을 토대로 정부가 신문시장을 규제하는 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신문이 시장에서 성공하고 말고는 독자가 결정할 일이다. 성공이나 실패의 크기도 독자가 결정할 일이다. 정부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언론관은.

"스스로 신문을 읽지 않는다고 말하는 부시지만 재선에 성공하고 난 뒤로는 언론에 대해 전보다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 같다. 그가 언론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언론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1조의 정신에 따라 보도하고 비판하고 논평하는 것은 언론 고유의 권한이라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고 믿는다."

-기자로 출발해 편집인.발행인.회장 겸 최고경영자까지 가네트 그룹에서 못해 본 일이 없는데 그중 가장 좋았던 일은 무엇이었나.

"기자로서 특히 재미있게 일했다. 회장이었을 때도 시간의 대부분을 편집국에서 보냈다."

-65세가 되던 해 자진해 은퇴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최고경영자가 회사에 진 중요한 책임 중 하나는 후계자를 기르는 것이다. 준비된 유능한 후배가 있다면 언제든 자리를 물려 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나는 동료들과 나 자신에게 65세가 되면 은퇴하겠다고 약속했다. 다행히 가네트 그룹에는 유능한 후배들이 많았고, 그래서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좋은 기자는 어떤 기자인가.

"다양한 분야에 걸쳐 호기심이 많고 좀 시끄러워야 한다. 또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한다. 젊은 시절에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훈련을 쌓고 나이가 든 뒤 전문분야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신문산업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다. 신문의 생존 전략은.

"뉴스와 정보가 반드시 지면을 통해 전달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뉴스와 정보를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원하는 방법으로 전달할 수만 있다면 신문산업의 장래는 오히려 밝다. 소비자에게 뉴스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하고 효과적인 통로를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정리=배명복 국제문제담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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