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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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영화의 낙후성은 그간 영화계 안팎에서 자주 논의되어 왔다.
양적으로 그 제작편수에 있어서도 1백편 이하의 영세성을 면치 못하며 질적으로도 저속하고 비예술적인 작품들이 태반이었다는 지적이었다.
그것은 주로 작가와 감독을 포함한 우리 영화인들의 표현역량의 부족이라고 할수도 있지만 우리사회의 특수한 여건에도 상당한 원인이 있다.
따라서 기껏 영화를만든다고해도 국적불명의 무술영화 아니면 저속취미의 괴기영화, 그것도 아니면 저급의 코미디로 관객을 끌어보자는 것이 고작이다.
하지만 이런 우리 영화현실가운데도 최근 희망적인 조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우리 영화인들 가운데도 영화예술에 대한 의욕을 불태우며 작가정신을 작품에 반영하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나타나고있기 때문이다.
과거 터부시되거나 혹은 문제조차 삼지못했던 소재에 조명하고 예술로서 승화하려는 도전이 점차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예술작품은 「현실 그것」은 아니로되 현실을 형상화한 더욱 「진실한 현실」을 담는 것이다.
영화도 예술인한 진실의 추구나 비판의식이 깔리지 않으면 거기에서「진실된 현실」은 구현될수 없다.
오히려 영화는 영상이란 특수한 메시지를 통해서 생명감있고 추진감넘치는 현실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이 본령이겠다.
『자전거 도둑』『길』『철도원』등 「이탈리언·리얼리즘」영화의 감동은 그같은 진실성있는 현실의 자유로운 표현으로해서 가능했다.
꼭 영화만에 국한한 것도 아니지만 현실을 냉엄하게 파헤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정신은 사회발전에 필수적인 것이다. 특히 자유주의사회에선 창의와 경쟁, 비판과 견제는 사회전체의 사고의 폭을 넓혀주고 활력을 주며 시민스스로 갈등과 불만을 해소하는 기능을 하는 점에서 권장되고 보호되어야할 덕목이다.
우리영화의 경우에도 영화적 리얼리즘에 충실한 작품은 지금 꼭 필요하고 기대되는 시점이다.
우리의 현실이 부득이 선진각국의 경우처럼 표현의 자유를 만끽할 처지가 아니라 하더라도 모든 사람의 창의성을 존중하는 개방시대로 향한 우리의 지향에 맞추어 문화예술의 표현에서도 최대한 그것은 보장되고 허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은 꼭 국가정책을 대변하는 공연윤리위의 검열만이 아니고 사회의 이해와 관용의 면에서도 그렇다.
최근 영화 『도시로간 처녀』의 상영중지는 그점에서 논의의 여지가 있다.
하나는 예술은 소재선택과 표현의 면에서 자유가 보장될 때 비로소 난숙해진다는 사실이다. 그 원칙은 검열의 척도에서 뿐아니라 사회 특정계층 특정집단의 압력으로부터도 자유스러워야 한다는 뜻이다. 내용 전체가 아니라 표현의 지 미집에서 비위에 맞지않는다고 예술의 표현에서조차 제약을 받는다면 우리사회엔 작품에서 다룰수 있는 계층이나 집단은 없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하나의 문제는 예술작품속에서 현실은 「진실된 현실」로서 정당하게 표현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이번 경우에도 피해자로서 나타난 버스안내양들은『영화내용이 허무맹랑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것』을 탓하고 있다.
그런만큼 이 영화가 「현실」을 「진실한현실」로 구현하지 못한 영화제작자들에게도 책임의 일단은 돌아간다. 그것은 작가나 감독의 역량문제랄수도 있다.
이렇게 볼때 우리는 우리 영화의 낙후성을 극복하고 「진실한 현실」을 표현하는 좋은 영화작품을 기대하는 면에서 예술의 제작에서 표현의 자유가 충분히 확보되어야 하며 그를 위해 사회의 이해와 관용이 필수적임을 강조하고자한다. 아울러 우리영화인들은 영화제작에 「진실한 현실」을 진지하게 표현하도록 성심을 보여야할 것도 촉구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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