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전도사' 박재갑 암센터 원장 세계보건기구서 금연공로상 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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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금연 전도사'로 유명한 국립암센터의 박재갑(57) 원장이'세계 금연의 날'인 31일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금연공로상을 받는다.

박 원장은 어느 모임에 가든 국회의원만 만나면 금연서약서를 내민다. 담배 판매 금지 법안을 추진하라는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얼마 전 금연을 선언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금연 소감으로 "이제 박 원장을 만날 때 느끼던 두려움이 사라졌다"고 했을 정도다.

지금까지 박 원장이 만난 국회의원 230여 명 가운데 167명이 그가 추진 중인 '담배 제조 및 매매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의 입법 청원서에 서명했다. 박 원장은 10년 후 발효를 목표로 연내 입법 청원을 할 계획이다.

대장암 전문가인 그는 서울대 암연구센터 소장을 거쳐 2000년 국립암센터의 창립과 함께 원장으로 부임했다. 박 원장은"우리나라에서 암으로 인한 사망자 3명 중 1명은 흡연 때문"이라며 "금연이야말로 가장 좋은 암 예방법"이라고 강조한다. 또 그는 "담배를 끊지 못할 정도의 의지를 갖고 어떻게 암 환자를 돌볼 수 있느냐"며 직원 채용시 금연 약속을 받고, 실제로 금연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들 직원에 대해 불시에 소변검사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박 원장은 최근 '담뱃값 인상으로 경제성장률이 떨어졌다'는 지적에 대한 견해를 묻자"흡연으로 매일 130명이 죽어가고 있는데 국민 생명을 담보로 경제성장을 이룬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3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세계 금연의 날'기념식을 열고 박 원장에게 금연공로상을 전달할 예정이다. WHO는 1988년부터 매년 5월 31일을 금연의 날로 정하고, 전 세계에서 5명씩 공로자를 선정해 왔다. 2003년 코미디언인 고(故) 이주일씨도 이 상을 받았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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