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벗겨진 소 세균무기|우랄산맥속등 전국12곳서 실험개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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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랄산맥속의 한 소도시에서 2년8개월 전에 일어났던 조그만 폭발사고가 미·소군축회담의 장래에 암영을 던지고 있다. 미국의 정보기관이 폭발사고의 비밀을 캐기위해 가능한 모든 정보를 분석한 결과, 소련이 생물학적 무기 즉 세균무기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는 혐의를 잡았다.
내년봄으로 예정된 미·소전략무기감축회담(SALT) 에서는 미국측이 재래적인 의미의 전략무기뿐만 아니라 세균전·화학전등 생화학무기에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72년에 체결된 세균전금지조약의 개정문제를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레이건」미대통령은 최근 소련측에 대해 생화학무기의 확인문제를 촉구한바 있다.
또 미하원 정보소위의 「레스·애스핀」의원은 『군축회담의 장래는 우랄산맥속의 소도시 스베르들로프스크에 있었던 폭발사고의 진상을 밝히는데 달려있다』고 했다.
스베르들로프스크는 인구1백20만명을 가진 우랄공업지대의 중심도시로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1천3백60km 떨어져있다. 미국의 첩보위성이 잡은 사진은 이 도시가 여타의 공업도시와는 다른 점이 많음을 보여준다. 이도시 서남쪽에 있는 군사기지에는 특수배기시설을 갖춘 가축우리(축사)와 높은굴뚝, 냉장시설, 대공포대를 은닉한 큰크리트 구조물, 그리고 2중절조망과 감시 초소등 보통군사시설과는 다른 시설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정보당국은 위성사진과 여행자·망명자, 그리고 정보원의 정보를 종합분석하여 그 시설물이 세균전무기를 개발·생산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 소련전역에 이와 비슷한 세균공장이 12개소나 된다는 것을 알게됐다.
미국의 첩보위성은 79년4월2일 스베르들로프스크의 군사기지내에서 있었던 폭발사고를 감지해냈다. 폭발사고직후 이 지역에서 탄저병(탄저병)이란 급성전염병이 돌아 최하20명에서 최고1천명의 주민이 세균감염으로 사망했다는 정보가 입수됐다.
소련측은 탄저병 왁친을 만드는 공장에서 사고가 일어나 세균에 감염된 가축고기를 사먹은 주민 4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탄저병은 가축에 발생하는 전염병으로 호흡기(폐)나 내장(직장)출혈로 심한 패혈증을 일으켜 2∼3일안에 죽게되는 변으로 사람에게도 전염된다.
사람에게 감염되는 탄저병은 비탈저(비탈저)라고 하는데, 감염경로를 보면 감염된 가축과 접촉하여 피부로 침투하는 경우와 감염된 가축의 고기를 먹을경우 발병하는 장탄저병, 그리고 공기중의 탄저균을 호흡하여 발병하는 폐탄저병등 세가지 유형이 있다. 이 가운데 폐탄저병은 치사율이 거의 1백%이고, 장탄저병도 90%이상의 치사율을 보이며, 피부탄저병은 어느정도 치유가 가능하다.
미국은 지난해에 스베르들로프스크 폭발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합동참모본부, 국가안보회의, 국무성과 외부의 전문가로 구성된 특별조사위원희를 설치했다. 외부의 전문가 가운데는 탄저병연구의 권위자 「필립·브레치먼」박사, 노벨의학상 수상자 「조슈어·러더버그」박사, 하버드대학의「폴·도어티」박사와 「매듀·미절슨」박사등 세균학전문가들이 포함되어있다.
특별조사위원회는 그 동안의 정보와 첩보를 분석하여 소련내의 유사시설이 세균전을 대비하여 사람과 동물을 무차별 살상시킬 수 있는 가공할만한 세균무기의 연구개발과 생산에 몰두하고 있다는 중간보고를 내놓았다. 스베르들로프스크 폭발사고는 탄저병세균을 생산하는 동공장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폭발하여 맹독성을 가진 탄저균이 공중에 살포됐고, 이를 호흡한 주민들이 폐탄저병을 일으켜 수백명이 사망했으며, 지상에 흩어진 세균은 가축을 감염시켰다.
탄저병에 걸린 가축의 고기를 먹은 사람들이 다시 장탄저병을 일으켜 목숨을 잃었고 그 희생자는 1천명에 이른다는 것이 조사위원회의 결론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서 소련국방상 「드미트리· 우스티노프」가 폭발사고직후 돌연 현지를 방문했으며, 그뒤의 미국첩보위성이 촬영한 사진으로는 동 군사시절이 폐쇄됐다는 점이다.
72년에 체결된 세균전금지조약은 세균무기의 개발·생산·비축을 금지하고있다. 그러나 세균무기가 실전에 실제로 사용된 예가 없었기 때문에 그 규제를 세밀하게 규정하지 못했다. 또 세균무기가 일단 사용되면 바람의 방향에따라 어느곳이든 날아갈 수 있기 때문에 적군과 아군을 구별하지 않고 피해를 주며 치사효과가 장기간 계속되는점등등때문에 각국은 세균무기의 개발에 주저하고 있다. 미국도 7O년대초에 이미 세균무기개발을 포기했었다.
그러나 최근 몇년사이에 소련이 인도차이나와 아프가니스탄 전선에서 황우로알려진 생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증거가 나타났고, 또 세균공장 폭발사고까지 알려지자 미국은 생화학무기의 규제를 엄격히 해야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세균무기는 핵무기에 못지않게 인류를 파멸로 몰고갈 우려가 있기 때문에 미·소군축회담의 새로운 이슈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핵무기뿐만 아니라 세균무기가 규게되지 않고서는군축협상이 무의미하다고 주장하고있다.<김재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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