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산업동향 좋아지나 했는데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올 들어 조금씩 좋아지던 각종 경기지표가 2분기(4~6월)에 접어들면서 주춤하거나 하락세로 반전하고 있다. 앞으로 한 분기 뒤의 경기를 가늠케 하는 경기선행지수의 상승세가 4개월 만에 멈췄다. 산업생산과 설비투자도 부진했다.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경상수지는 2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경기선행지수가 113.3을 기록, 전달과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4월 경기선행지수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3월에 비해 0.1%포인트 떨어져 4개월 만에 하락세로 반전했다.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8% 증가했으나 폭은 설 연휴로 인해 생산 차질이 빚어졌던 2월을 빼면 2003년 8월(1.5%) 이후 가장 작았다. 산업생산이 주춤한 것은 수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뚝 떨어졌기 때문으로 통계청은 설명했다. 설비투자도 0.3% 감소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앞으로 설비투자의 규모를 가늠케 하는 국내 기계수주가 10.3%나 감소해 설비투자 부진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도.소매 판매는 4월에도 1.2% 늘어 두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또 건설경기를 보여주는 건설실적(기성고)과 국내 건설수주가 각각 8.3%와 29.1% 증가했다. 한편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국제수지 동향'에 따르면 경상수지는 9억1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월별 경상수지 적자는 2003년 4월(-2억1000만 달러) 이후 처음이다.

김동호.김원배 기자<dongho@joongang.co.kr>

[뉴스분석] 수출론 역부족 … 소비가 열쇠

4월 경기지표를 보면 경기 회복의 돌파구는 역시 소비가 열어야 한다는 사실이 더 분명해졌다. 수출은 더 이상 경기를 이끌어 가기엔 역부족이다. 이미 수출 증가율은 한 자릿수로 떨어졌고 경상수지마저 적자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산업생산도 매달 증가.감소가 교차하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설비투자도 비슷한 양상이다. 지난해까지 수출은 크게 늘었지만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설비투자를 외면해 왔다. 올 들어 건설기성이나 건설수주는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그러나 건설수주가 지난해 3분기까지 네 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한 탓에 건설경기가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려면 아직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경기 회복은 올 들어 크게 호전된 소비 심리와 이에 따른 소비 회복에서부터 실마리를 풀 수밖에 없다. 소비가 늘면 매출이 늘어난 내수기업이 설비를 확장하기 위해 투자에 나서고 이게 다시 생산을 자극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그러나 4월 경기지표를 보면 소비가 회복되고 있다는 뚜렷한 조짐을 찾기 어렵다. 2분기 들어서도 설비투자가 살아나지 않고 산업생산이 지지부진한 것도 소비 회복세가 기대했던 것만큼 강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이 이자를 물어가며 설비 확장에 나설 만큼 소비가 살아나지 못했다는 얘기다.

경기선행지표의 상승세가 멈춘 것은 향후 경기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신호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연구위원은 "재정 지출 확대로는 경기를 살리기 어렵다는 게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는 만큼 소비를 자극하고 투자를 살릴 수 있는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감세 정책을 검토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민들이 많이 쓰는 품목에 대해 한시적으로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거나 특별소비세를 아예 폐지하라는 것이다. 국가 균형 발전에 얽매여 국내 대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막는 것도 재검토하는 등 각종 규제를 풀고, 기업의 투자의욕을 북돋워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경민 기자 <jkmo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