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자녀교육의 길(하)|교외지도 조재형(예일대 고교사)·이병운(주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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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조=학교밖에서 이루어지는 학생생활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어떤 친구를 갖고 있느냐 하는데 달려 있습니다. 이상적인 교우관계라 하면 성격과 이상이 맞는 사람끼리 친구가 되는 것인데, 요즘 아이들은 이기적인 사공방식 때문인지는 몰라도 물질적인 것이 크게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공부 잘하는 아이끼리 몰려다닌다거나 가정환경이 비슷한 아이끼리 서로 뭉치는 경향이 많아요.
환경이 좋고 실력이 있으면 돋보이나 그 반대의 그룹은 학업에 관심이 없어지고 자포자기해 버리는등 서로간에 좋지 못한 영향을 가중시키게 돼 악순환을 빚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제 생각으로는 가능하면 친구를 여러층으로 고루 갖는 것이 바른 인격형성에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집 아이에게 물어보면 친구가 별로 많지 않아요.
끼리끼리 뭉침으로써 좋은 그룹은 더 발전할 수 있지만, 좋지 않은 그룹은 더욱 나빠져 갈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날 교우관계가 지니는 문제점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 윤상군사건을 보고 새삼 가정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지만 과연 내가 하고 있는 가정교육이 반드시 학교에서의 교육 방향과 일치하는가 하는데는 선뜻 자신이 없어요.
제 경우에는 집 아이들에게 이성교제는 절대 안 된다고 못 박아두고 있거든요. 그런데 학교에서는 어느 정도 허용하는 것이 아닌지 잘 모르겠어요.
조=사춘기에 들어서 있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이성교제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제게 상의해오는 학생들도 무척 많아요. 그러나 한마디로 만류합니다. 너희들은 신체적인 면으로는 어느 정도 성숙돼 있으나 정신면으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지금 너희들이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은 완전하지 못하다고 설득시키고 있어요.
이=원칙적으로 이성을 볼 때 이성으로 느낀다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것으로 생각해요. 일단 이성문제가 생기면 엄마와의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이상적일 데지만 실제는 그런 문제로 부모와 의논하는 학생은 반수도 안 될거예요. 바로 이것이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어 가는 것 같습니다.
조=사실 그 나이에는 무엇이든지 비밀로 하고 감추려는 경향이 많아요. 선생이나 부모에게 털어놓고 의논하기보다는 오히려 친구를 의논상대자로 선택하거든요.
그러나 그 친구라는게 서로 비슷한 수준이라 바른 해답을 찾지 못한다는데 맹점이 있읍니다.
담임교사는 학생들과 접촉이 많으므로 문제를 지닌 것을 가장 빨리 파악할 수 있지요. 담임을 통해 학생생활지도를 하는 것이 이럴 땐 효과가 큽니다.
학비나 용돈만 충분히 주면 도리를 다한 것으로 아는 학부모가 의외로 많습니다. 그러나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관심입니다.
교사로서 좋은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친구관계에 있는 불량학생을 사귀지 말라고 얘기할 수는 있지만 그 불량학생이 지닌 문제점을 모두 얘기해 줄 수는 없는 겁니다. 바로 이런 때 부모라면 가능하게 되는 거죠.
이=그런데 부모가 하는 말은 모두 잔소리로 알아 효과가 적어요. 제 나름대로 어떻게 해야 설득력이 있을까를 연구해 봤는데 아이의 관심거리를 먼저 얘기하는 데서 실마리를 풀어나가니까 쉽게 얘기가 통하더군요.
너무 교육적인 강요보다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나가는 편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았읍니다.
조=교외생활지도에서 가장 힘든 것이 유흥장 출입단속입니다. 유흥장은 일체 못 가게 돼있지만, 가지 말라면 더 가고 싶은 게 청소년의 심리인가 봐요.
바로 이 유흥장 탈선은 어른, 그리고 우리 사회가 책임을 느껴야할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모든 어른들이 내가 앞장서 학생을 바로 선도하고 모범을 보이겠다는 인식을 지녀야 사회의 어두운 면에서 감염되는 학생들의 탈선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제 소신입니다.
교외지도 때 교복착용은 우선 식별이 빨라 이롭기도 하지만, 학생자신도 모교명예를 생각하고 자신의 신분을 자각하기 때문에 될수있으면 외출 때 교복착용을 권장할 것을 학부모님께 요청드리고 싶습니다.
이=집에서는 학교가 끝나면 곧장 집으로 오라고 당부하지만 가끔 늦게 오기도 해요. 나름대로 이유를 대지만, 그것이 정말인지 아닌지는 모르는 것 아니겠어요.
굳이 유흥장이 아니더라도 골목안에서 너댓명이 어울려 디스코를 추고 있는 광경은 흔히 볼 수 있어요.
모든 어른들이 자기자식은 물론 남의 자식도 무두 내자식이라는 생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또 애들은 밖에서 일어난 나쁜 일이라거나 나쁜 친구 얘기를 집에 와서는 전혀 하지 않기 때문에 부모는 모르고 지나기가 십상이지요. 그러나 교사는 아는 수도 있으므로 가정과 학교와의 유대가 긴밀해야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조=교사가 학생문제로 학부모에게 「시간 있으면 학교에 들러달라」고 전화하기가 어려운 것이 바로 요즘 세상입니다. 일반적인 인식도 그렇고 받아들이는 학부모마저 오해하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바로 이런 것들이 문제를 악화시키는 한 요인이 될 수도 있읍니다.
이=한마디로 세상이 너무 나쁜 구석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무리 학교와 가정에서 학업에 열중하라고 얘기해도 TV·신문소실·영화할 것 없이 모두가 사랑얘기뿐이니 현실적인 설득력이 없지요.
조=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한다면 우리 교육이 임시위주로 정신적인 가치관의 교육이 결여돼있다는 것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산업사회구조로 말미암아 부모들은 의식주에만 관심을 쓴게 되고, 이 가운데서 아이들은 이기적으로 자라가니 문제는 좀처럼 해결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올바른 자녀교육을 위해서는 학부모가 학교와 자주 대화를 갖도록 하며, 사회인들도 학생에 대한 교육적 관심을 기울여 교육의 근대화와 선도 ·계몽을 펼쳐나가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리=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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