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발전으로 정치의식 높아져|참여욕구 충족안될때 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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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물량위주의 경제성장이 가져온 지역간 계층간 분배의 불평등. 그리고 전통적 가치의 붕괴와 인간소외문제는 대부분의 국가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심각한 현상이다.
70년대에 괄목할만한 경제발전을 이룩한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경제발전의 결과가 각 분야, 각 계층에 미친 영향과 의식구조의 변화 등을 분석함은 물론 이른바 계층의식의 조장 가능성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점이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사무총장 박봉직)는 이러한 문제점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균형있는 자생적 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연구세미나를 11월30일과 12월1일 양일간 속리산 관광호텔에서 개최했다.
정치·경제·사회·교육학 등 각분야의 전문학자 30여명이 참가하는 이 세미나의 주제는 「경제발전과 사회계층변화」.
이정복교수(서울대)는 「한국의 사회계층과 정치문화」란 발표를 통해 『한국은 조사결과, 최하층인 빈민들을 호함한 각계층의 사람들이 충분히 정치화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이러한 사실은 바로 이들의 정치참여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정치체계는 안정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경치체제가 이러한 참여욕구에 대응하는 방법으로는 두가지가 있다. 즉 ▲국민에게 동원적 참여의 기회를 재공하는 것과 ▲서구에서와 같이 주체적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
한국의 정치체계가 첫번째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 빈민·농민·노동자층의 참여욕구는 어느정도 해결해줄지 모르나 지적 수준이 높은 중간계층은 오히려 소외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우리나라 하층민의 정치문화는 아직도 한국정치체계가 동원체계로 될 수 있게 하는 온상으로 남아있다고 설명한 이교수는, 그러나 70년대말의 정치·사회적 격변을 겪으면서 노동자층의 체제의식이 비관적으로 변화했을 경우 동원적 정치체재의 제도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백완기교수(고대)는 「한국사회에서 엘리트 형성과정」이란 발표를 통해 『우리 사회는 역사적으로 권력이 한사람에게만 수렴되는 단원적 사회였다』고 주장하고 『따라서 지도자를 중심으로한 통치 앨리트만이 모든 가치를 결정, 분배하며 반대세력은 인정받기가 힘들었다』고 절명했다.
그는, 과거 30년간 우리 사회는 각 분야별로 전문화되어 해당분야의 엘리트들이 등장한 것이 사실이나 그것은 형식적인 다원화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그것은 통치 엘리트가 다른 분야의 앨리트를 지배·지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백교수는 이의 시정을 위해서는 순경성과 대표성, 전문성과 경쟁성, 공개성과 다원성을 갖춘 앨리트체제를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신동욱교수(연세대)는「문학에 나타난 사회계층의 의미」란 발표에서 조선시대 사대부 출신작가인 김만중의 소설과 판소리계통의 평민문학, 그리고 이청준의 작품들에 보이는 지식인의 좌절과, 조세희의 소설속에 기능공들의 울분 및 대결의식을 대비시켜 사회계층의 의미를 설명하였다.
신교수는 『조선시대 이야기 문학속의 신분적 갈등은 엄정한 비판정신과 자비와 측은지심이 이야기의 사상과 주제를 이루고 끝내는 성취로 해결을 보나, 현대 소설에서는 지식인도 근로자도 계층적 갈등 속에서 성취도 없고 끝도 없는 대결에서 오직 깨어지고 부서지는 비극적 인물이 형상화되어 있다』그 주장했다.
이는 『고전적 낙관주의와 객관적 비판의식이라는 세계관의 차이가 미적 차이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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