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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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보신탕이 난데없이 외교분쟁의 씨앗이 되었다. 다행히 우리나라와 관련된 외교분쟁은 아니다.
영국과 필리핀 사이에 빚어진 문제다. 영국인들은 필리핀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는다는 사실에깜짝 놀랐고 필리핀 사람들은 영국인이 놀랐다는데 더 크게놀랐다.
필리핀의 일부 지역에선 후춧가루와 마늘로 양념을 한 보신당이 애용되고있다. 특히 수도 마닐라 북부 바기오의 산악지대에선 개를 먹는것이 관습과 전통이 돼 있다. 개 도살자들은 개를 묶어놓고 목을 베거나 머리통을 두들겨서 잡는다.
이번 문제의 발단은 런던의 데일리미러지가 2주전에 쇠줄에 묶인채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개들의 처량한 모습믈 담은 필리핀의 풍물사진을 1면에 게재한대서 부터다.
앞다리를 쇠줄로 묶인채 줄을때를 기다리는 개의 모습에 문명국을 자처하는 영국의 신사들이 놀라서 어쩔줄을 모르게 된 것은 이해함직 하다.
영국과 필리핀 사이의 외교분쟁은 귀추가 주목된다.
하지만 필리핀에 못지않게 보신탕올 좋아하는 한국인의 식성을 영국인이 알았다간 또한번 펄펄 뛰지 않을까.
보신탕은 원래 주나라때부터 먹어서 우리에게 전래되었다고 전한다. 그리나 중국에선 개가 충직한 동물이라해서 당대이후엔 거의 식용되지 앉고 있다. 동양삼국중 유독 우리만 개고기를 즐다는 얘기다.
「세기에 나온 『음식지미방』 에도 개고기요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당시에 나온 『규일시의방』 에도 『견육은 구식을 하지못한다. 누런개의 고기는 몸에 보하고 검은개는 그다음이 다. 견육은 마늘과 함께 먹으면 사람이 상한다』 고 나와있다.
또 『부녀필지』엔 보신탕을 끓일 매 차조기잎을 넣으면 누린내를 없앤다고 되어있다. 『동국세시기』 에도 구장이야기가 나온다.
삼대에 개를 삶아 파를 넣고 푹끓인 구장을 먹어야 충재를 막는다고했다. 고춧가루롤 타고 밤올 말아 먹으면 더위에 허한 것올 물리칠수 있다고도 한다.
물론 이같은 기록이 있다해도 한국인이 모두 개고기를 즐기는건 아니다. 대개 여름철 보신식으로 이용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것이 최근 갑자기 널리 보급되고 있다. 서울에만도 7백여군데의 보신탕집이 생겼다. 농수산부는 도견장을 통해 위생적으로 공급토록 조처하기도 했다. 보신탕이 관광식코스에 들어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보신탕에 대한 식상감도 적진않다. 대다수 국민은 아직 보신탕을 먹지 않는다. 외국인들이「보신탕」에 이런 혐오감을 나타내고 있다면 우리도 좀 생각해볼 일인 것같다. 그저 맛이 좋다고 우리의 체면까지 무시만 할수도 없는 세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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