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리빙] 응급처치, 급할 땐 구세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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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김미현(33.여.서울 방학동)씨는 최근 아찔한 경험을 했다. 집 앞 골목에서 놀고 있던 딸 아이(5)가 갑자기 "숨을 쉬기 어렵다"며 울고 있었던 것.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기침을 하던 아이에게 때마침 주변을 지나던 대학생들은 구세주 같은 존재였다. 대학생들은 울고 있던 아이를 안아올려 음식을 토해내게 했다. 딸 아이의 숨을 막았던 것은 다름 아닌 젤리. 김씨의 아이처럼 적절한 응급조치를 받을 수 있는 경우는 운이 좋은 편이다. 최근 오락프로그램에서 떡먹기 시합을 벌이다 사망한 성우 장정진씨나 2000년 경기 중 부정맥으로 쓰러진 프로야구 임수혁 선수 등은 적절한 응급조치를 받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와 관련, 대한적십자사는 28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응급처치법 경연대회'를 열고 응급처치법의 중요성을 홍보했다.

글=이수기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 팔이 부러졌다(사진 1)

장난꾸러기 아이들, 뛰어놀다보면 다치기 쉽다. 우선 아이를 안심시켜 부러진 부분을 움직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뼈가 부러져 피부 밖으로 튀어나온 경우 잘못 건드리면 또 다른 상처를 입을 수 있으니 주의한다.

아이를 골절 상태 그대로 병원에 옮기되, 가능하면 부목을 대는 게 좋다. 만약 피가 난다면 피나는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하고 세게 눌러서 피를 멎게 한다.

부러진 뼈를 절대로 맞추려고 하지 말자. 또 목뼈나 등뼈를 다친 경우라면 업지 말고 들것으로 운반하거나, 119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 목에 이물질이 걸렸다(사진 2)

조용히 간식을 먹던 아이가 갑자기 목에 뭐가 걸렸다며 켁켁거리면 당황하기 마련.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자칫 음식물에 기도가 막혀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우선 등을 두드려 걸린 것을 토해내거나, 엄지 손가락과 검지 손가락으로 입을 강제로 벌려 이물질을 옆으로 꺼낸다.

이물질이 목에 꽉 막혀 있는 경우라면 영화 ‘Mr.히치’에서 나온 것처럼 이물질을 삼킨 사람의 배를 뒤에서 양손으로 끌어안고, 배의 윗부분을 당기면서 윗 쪽으로 힘차게 꽉 쥐어 준다.

‘상복부 밀쳐올리기’라는 응급처치법인데 이를 되풀이하면 이물질이 튀어나온다.

# 발목을 삐엇다(사진 3)

발목을 약간 높게 올리고 쉬게 한다. 상처에서 피가 흐르면 세게 눌러서 피를 멎게 한다. 삔 부위에 찬 물수건 등을 냉찜질을 하면 통증을 덜 수 있다.

심하게 삐엇다면 발목에 딱딱한 것을 받쳐 주고 탄력 붕대 등으로 감아주면 견디기 좋다. 피가 나지 않는 경우, 차가운 물이나 얼음물에 20~30분 정도 담궈준다.

다 나은 것 같다고 해 금방 운동을 하게 하면 안된다. 다시 재발할 수 있다. 대신 탄력붕대를 감아 발을 높이 올려주고 적어도 2일 정도는 운동을 삼가도록 한다.

# 유독물질을 삼켰다(사진 4)

호기심 강한 아이들은 이것저것 입에 넣어보느라 정신이 없다. 지우개나 립스틱, 크레파스 조각 등을 먹어도 대개의 경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유독물질을 마셨을 경우에는 가능한 빨리 병원으로 데려 가야 한다. 병원에 갈 땐 아이가 마신 유독물질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빈병이나 증거물을 가지고 가야 빠른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아이가 유독물질을 삼키고 구토를 할 땐 토설물의 일부를 가지고 간다.

우유나 물 등을 먹여 유독물질을 희석하려 하기도 하는데, 이보다는 바로 병원에 가는게 더 현명하다. 유독물질은 빨리 제거할 수록 좋기 때문. 아이가 토를 한다면 참게 하지 말고, 모두 토하도록 한다.

# 화상을 입었다

우선 상처에 차가운 물을 끼얹거나, 차가운 물에 담가 상처를 식혀 준다. 흐르는 수돗물 등으로 상처를 식힐 경우 물줄기가 너무 세면 상처에 흠집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한다. 상처 부위는 되도록 깨끗이 유지하고 물집을 터뜨리지 않도록 한다.

상처부위가 식은 다음에는 얼음 등으로 찜질을 하고 화상에 바르는 연고나 거즈 등을 붙여 상처를 보호해 준다. 단 상처에 소독솜이나 기름 등을 바르지 않는다. 간장이나 된장 등도 마찬가지. 세균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

# 갑자기 경련을 일으킨다

환자를 안전한 곳에 눕힌 다음 혀를 물지 않도록 젓가락·수저 등에 거즈나 수건을 감아 입 옆으로 집어넣어 물린다.

그런 다음 환자를 반듯하게 눕히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 토한 것이 기도를 막지 않도록 해야 한다. 웃옷의 단추나 바지 허리띠 등을 풀어 환자를 편하게 해주는 것은 기본. 환자가 대소변을 싸는 경우도 있으니 미리 대비하자. 고열 때문에 경련이 일어나는 일이 많으니 물 수건 등을 이용해 열을 내려준다.

※도움말:대한적십자사(상시 응급조치 교육 문의 02-3705-3705)

# 이건 꼭 주의하세요

다른 사람에게 응급처치를 해줄 경우엔 비누로 손을 잘 닦아 깨끗한 손으로 도와줘야 한다. 급하다고 그냥 손댈 경우 상처 부위가 세균에 감염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 붕대로 상처 부위를 감아줄 때는 너무 세게 감지 말고, 피부색깔이 보일 만큼만 느슨하게 감는다. 초보자들이 붕대를 잘못 감으면 오히려 혈액순환을 막아 조직이 괴사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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