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흑연을 다이어로 연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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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955년 2월15일.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사의 조금 어두운 초고압실험실은 야릇한 흥분에 싸여있었다. ·
그 동안 이론적으로만 연구되던 인공다이어먼드의 합성이 현실로 나타나느냐 아니냐 하는순간이었다.
잠시후 연구원 둘은 3층 높이의 초고압실험장치속에서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0·1㎜ 크기의 분말다이어먼드가 반짝이는 현장을 발견했다.
이것이 인류 최초의 인공다이어먼드로 l천여년동안 인간의 꿈이었던 연금술을 대신한 쾌거였다.
GE가 인공다이어먼드를 합성한 상태는 압력이 8만5천∼12만기압, 온도가 1천8백∼2천2백도 수준이었다.
초고압은 오래전부터 초고온(섭씨 1만도이상)·초저온과 더불어 새로운 물질세계를 여는열쇠로 주목을 받아왔다. 압력의 단위는 일상 표현으로 기압을 쓰는데 1기압이라면 지상에서 받는 대기압을 말한다. 초고압은 수만기압이상의 대단한 압력을 말한다.
이런 초고압은 새로운 광물이나 화학물질의 합성을 용이하게 한다. 그것은 초고압이 물질을 이루는 원자의 배열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다이어먼드도 근본원소는 탄소로 쉽게 말하면 숯과 구성물질은 똑같다.
다만 그 원자들의 배열상태가 달라 쇠를깎는 강도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인공 다이어먼드의 원료는 흑연으로 1백%탄소성분이지만 고압·고온하에서 윈소배열이 바뀌면서 다이어먼드가 된다.
이런 인공다이어먼드는 산업용으로는 대단히 긴요한 것으로 각종 연마기·절삭기, 특히 지층을 파들어가는 시추장비등에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자재다.
다만 그 크기가 작아 장식용으로 쓰기에는 문제가 있어 세계여성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인공다이어먼드를 실험실에서 1캐러트까지 키우기도 했지만 그 경비가 엄첨나게 들어 같은 크기의 자연다이어먼드의 값을 능가해 경제성이 없다.
힘안들이고 안정된 초고압을 만들 수 있다면 그야말로 다이어먼드를 돌덩이처럼 합성해 낼 수 있겠지만 아직 과학은 이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천연다이어먼드도 수십만 기압에달하는 지층속에서 탄소가 변해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다.
이처럼 고체물질에 압력을 가하면 원자사이의 배열이 조밀해져 단단하고 무거운 물질이 된다. 따라서 우선 단단해야하는 보석류의 합성에는 고압이 흔히 쓰인다.
고압법으로 합성할 수 있는 보석에는 경옥·석류석·연주석·전기석등이 있다.
이밖에도 초고압에서는 다양한 변화가 자주 일어난다. 그중 하나가 실리콤이나 게르마늄등은 고압아래서는 금속이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이 물질들을 65만기압까지 가압하면 금속이 돼버려 초전도현상을 띠게된다. 초전도란 금속의 전기 저항이 거의 0으로 띨어지는 현상올 말한다.
모 금속들은 초고압선밑에 놓여지면 소성의 한계가 늘어나 금속의 가공이 쉬워진다. 보통상태에서는 가공이 어려운 텅스텐·몰리브덴등의 고강도금속들도 초고압아래서는 무리없이가공할 수 있다. 즉 보통 상태에서는 어느 한계 이상의 힘을 가하면 부서지거나 금이가는 금속이 초고압아래서는 보다 탄력성을 갖는다.
초고압에 대한 연구는 지구나 별의 내부구조를 밝히는데도 큰 역할을 한다. 지구내부 핵의 압력은 대략 3백50만기압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이런 기압상태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현상을 해명하기 위해서는 지상에서 순간적으로나마 초고압을 만들어야 하므로 과학자들은 초고압에 도전하고 있다.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가 화약을 폭발시켜 극히 짧은 시간동안 수백만 기압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최근에는「다이어먼드앤빌」이라는 소형 초고압발생장치가 개발돼 1백67만8천기압까지 인위적으로 만드는데 성공한바 있다.
이처림 고압세계의 물성연구는 고압물리창시자인 미국의「퍼시·월리엄즈·브리지먼」박사(1946년·노벨물리학상수상)이래 대단히 활발해 속속 새로운 사실과 물질이 발견되고 있다.
한편 우주에서는 수만내지 수심만 단위의 압력은 별것이 아니므로 태양계 어디엔가에 무궁무진한 천연 다이어먼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성립되며 실제로 금성의 표면 깊숙이에는 다이어먼드가 많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장재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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