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우리말을 아십니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당신은 우리말을 얼마나 아십니까.』
『점잖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보다 많이 갈고 닦아 살찌웁시다.』
대학가에 우리의 고유한 말과 글을 찾아 익히자는 캠페인이 벌어져 학생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있다.
『우리말은 우리 겨레가 길이 뻗어가는 뿌리임으로써 우리에게 튼튼하고 알찬 열매를 맺게하는 사북임을 알고 우리는 우리말을 깊고 넓게 익혀 어지러운 우리말 쓰임을 깨끗하고 쉽고 바르게 다듬고 푸지고 너르게하려고 여기에 모였다.』
우리말을 사람하는 학생들의 모임취지다.
주로 각 대학의 「우리말 사랑회」회원들이 주축이 된 이 운동은 예쁘고 뜻깊은 우리말을 찾아 이를 게시판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보급하고 일상생활에서 잘못쓰는 문법체계를 교양하며 영어·한자어등에 물든 국어를 우리 생활주변에서부터 순화시켜 나가고 있다.

<고려대>
우리말 사람모임(모임장 한기흥·영문과2년)은 회윈45명. 지난 67년 국어학생 운동회로 창립된 이래 꾸준히 순수 우리말 발굴과 보급에 힘쓰고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그동안 선배들이 발굴한 우리말을 교내 게시판에 실어 보급시키고 있다.
이번주에 게시한 낱말은「곱송그리다」 (놀라거나 겁이나서 몸을 잔뜩 으그리다)「야비다리」(보잘것 없는 사람이 가장 만족한듯이 부리는 교만),「고삿고기」 (여러사람이 잘못하여저지른 일을 한사람에게 몰아씌워 희생을 시키는일)등 3개의 단어.
그동안 게시판 단어만 1백여개로 모두 정겨운 맛과 아름다움이 함빡 깃든 것들이다.
「발탄강아」 (할일없이 짤짤거리고 돌아다니는 사람),「남상거리다」 (욕심이 나서 자꾸 기웃거리다),「우물지다」(뺨에 보조개가 생기다), 「야살맞다」 (말이나 하는 것이 얄망궂게 되바라지다),「꼰질꼰질하다」 (하는 짓이 지나치게 곰곰하여 갑갑하다) 등은 생판 듣지도못했어도 써보면 맛이 나는 순수 우리말들이다.
그동안 발굴해 정리한 우리말은 4만∼5만단어 정도.
앞으로 10만단어정도가되면 순수 우리말 사전을 펴낼 계획도 세우고 있다.

<연세대>
국어학생운동회를 주축으로 이뤄지고 있다. 게시판은 등교길인 백양노와 학생회관앞등 학생들의 통행이 많운 곳에 설치했다.
2일에 두개의 단어를 게시하고 그뜻을 풀이해 놓는다.「사리물다」 (이를 악물다),「살쩍」 (관자놀이와 귀사이에 난 털) 등 역시 멋진 우리말들을 싣고 있다.
학생들은 『대학생들이 영어단어등 외국어는 열심히 익히고 있으나 정각 우리말 익히기는소홀히 하고 있어 이운동을 시작했다』며 우리말을 찾아보니 그 어휘가 엄청나게 많고 단어마다 묘한 뜻들을 풍부히 함축하고 있음을 발견했다고 대견해했다.

<정강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