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순·삼순·금순·금자…'토속 복고 이름'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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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순 삼순 금순 금자가 떴다.

왠지 익숙하고 친숙하며 토속적인 느낌의 이 이름들이 TV와 영화를 종횡무진하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의 아름다운 여주인공의 극중 이름을 꿰찼다. 이영애(금자) 하지원(남순) 김선아(삼순) 한혜진(금순), 모두 세련되고 여배우로서 '한 미모'하는 스타들. 주인공 캐릭터 또한 어려운 상황을 잘 헤쳐나가는 밝고 활발한 성격의 소유자들이다.

▶ 남순·금순·삼순·금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하지원·한혜진·김선아·이영애

오는 9월 개봉 예정인 영화 '형사'(감독 이명세, 제작 프러덕션M, 웰메이드엔터테인먼트)에서 여주인공 하지원은 '남순'이다. '남순'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 열혈 여형사.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고 생각보다는 행동이 앞서는 왈가닥이다.

오는 6월1일 첫 방송을 타는 ‘내 이름은 김삼순’(연출 김윤철). 이 드라마의 여주인공은 '김삼순'. '삼순이'는 드라마 주인공의 이름이자 드라마 제목으로도 쓰인다. 극중 김삼순은 방앗간 집 셋째 딸로, 역경을 헤치고 제과 기술자로 성공적인 여성상을 제시하는 인물. 드라마 속 김삼순 역은 발랄한 이미지의 김선아가 맡았다.

인기리에 방송중인 MBC 일일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극본 이정선, 연출 이대영)역시 주인공의 이름이 '금순이'이며, 드라마 제목이기도 하다. 금순이는 어릴 적 아버지를 잃고 험한 세상을 슬기롭게 살아가는 캔디같은 존재. 억척스럽기도 하지만 순박한 구석이 있는 여성이다. 한혜진은 '금순이'를 연기해 스타덤에 올랐다.

오는 7월29일 개봉을 앞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 역시 톱스타 이영애가 복수를 감행하는 '금자'로 나온다. 박찬욱 감독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영화 제목과 주인공 이름을 두고 고심하던 중 이영애씨가 너무 이쁘기 때문에 다른 이름보다는 '금자'라는 이름이 영화 속 인물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어서 그렇게 명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 이들 복고풍의 이름이 요즘 왜 뜬 것일까. 대표적인 '금순'의 경우 어려운 시대를 살았던 우리 어머니나 할머니들을 상징하는 이름.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금순아 어데로 가고 길을 잃고 헤매었더냐~'라는 대중가요 '굳세어라 금순아'의 가사처럼, 금순이라는 이름은 고생했던 어머니나 할머니를 그대로 나타낸다는 것이다.

'굳세어라 금순아'를 연출한 이대영 MBC 드라마국 부장은 "일일드라마의 성격상 드라마 제목은 시청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친근감이 있는 이름을 붙인다"면서 "주인공 이름 역시 특별히 세련되지 않을 바에는 시청자들이 받아들이기 쉽고 친숙한 이름을 붙이게 된다"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김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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