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오랑비'해서'2월 2일 제품'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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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북한 상품을 살 때는 '2월 2일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사업을 벌인다면 '탐오랑비'를 하지 않도록 조심하라. '2월 2일 제품'은 질이 높은 것으로 평가돼 중앙품질감독기관에 등록된 제품, '탐오랑비'는 국가나 사회의 재산을 빼돌려 사유화하는 것으로 우리의 공금횡령쯤에 해당되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이는 장명봉 북한법연구회장(국민대 교수)이 최근 펴낸 '조선법전 법률용어 풀이'(대훈서적)에 실린 내용이다. 지난해 들여온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법전'에 실린 112개 법률을 분석, 국내법과 다른 649여 개의 용어를 사전식으로 정리한 이 책에는 생소한 표현들이 적지 않다.

'돈자리'는 예금계좌를 뜻하며 '되거리'는 구입한 상품을 다른 사람에게 비싸게 넘기는 전매(轉賣)행위를 말한다. '수표'는 은행에서 발행한 유가증권이 아니라 도장 대신 자기 이름을 쓰는 서명을 일컫는다. '배무이'는 배를 건조하는 일을 통틀어 하는 말이다.

물론 표현이 다르긴 하지만 뜻을 짐작 가능한 것도 있다. 집진장치를 우리 말로 옮긴 먼지잡이 장치나 속여가진죄(사기죄), 새끼회사(자회사), 빨래집(세탁소) 같은 것들이 그렇다. 하지만 직승기(헬리콥터)나 바다나물(다시마.미역.김 등)은 뜻풀이를 보고서야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정치.경제 등 체제가 다르니 법률 용어가 다를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렇지만 '저금소'에 돈을 맡기면 '리자'를 주기도 하고 선거무효를 뜻하는 '선거파괴'란 용어도 있으니 북한이 조금씩이라도 달라지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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