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전대제의 '문묘일무' 7년째 원형 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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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289년에 설립된 조선시대 최고의 교육기관인 성균관은 지난해 문화재청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추진키로 결정,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성균관이 세계문화유산이 되는 데 주요 요소로 거론되는 게 공자와 제자들을 기리기 위해 봄.가을로 1년에 두차례 거행되는 석전대제. 초헌례.아헌례.종헌례 등의 순서로 1시간 가량 진행되는 석전대제 중간에 64명의 무용수가 등장해 '문묘일무(文廟佾舞)'를 춘다. '일무'란 무용수들이 줄을 맞춰 늘어서서 추는 춤.

문묘일무가 800여 년 전 국내에 처음 소개됐던 때의 원형을 되찾고 있다. 한국무용가인 성균관대 무용학과 임학선(사진) 교수가 춤동작이 그림으로 그려진 문묘일무 무보(舞譜)가 들어있는 16~17세기 고서적 10여 권을 찾아내 춤사위 복원 작업을 하고 있는 것. 7년 전 이 작업을 시작한 임 교수는 최근 3차 학술시연을 열어 그간의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임 교수에 따르면 현재 석전대제에서 추어지는 문묘일무는 '闕里誌(궐리지)''南雍志(남옹지)' 등 고서에 나와 있는 무보와 비교해 보면 잘못된 동작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령 고서에는 무용수가 꿩털과 피리를 십자 형태로 겹쳐서 들어올리게 돼 있는 대목을 실제 석전대제에서는 '11'자로 평행하게 들어올리고 있다는 것. 임 교수는 "1116년 처음 소개될 때는 제대로였겠지만, 수 백년이 흐르며 '원본' 없이 추어지다 보니 변질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임 교수의 작업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는 "중국에서도 석전대제를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하려고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의 성균관이 문화유산으로 지정되려면 내용물(석전대제)이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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