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구 갈등'… 相剋정치로 가나] 한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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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구(高泳耉)국정원장 임명을 둘러싸고 정국 기류가 급랭하고 있다. 국회 정보위가 高원장에 대해 '부적절'의견을 낸 데 대해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월권'이라며 국회와 야당을 비판했고, 한나라당은 이에 격렬하게 반발했다.

감정싸움이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형국이다.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대표권한대행은 27일 '대통령의 품위 상실'이라는 극한 표현까지 써가면서 강경투쟁 의지를 밝혔다. 대북 송금사건 특검법안 통과 이후 무르익던 청와대와 야당 간 상생(相生).대화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권한대행이 일요일인 27일 여의도 당사에 나와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노무현 대통령이 고영구 국정원장 임명 과정에서 보여준 국정 인식과 판단은 묵과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수위에 도달해 있다"는 것이 간담회 배경이다.

특히 국회 정보위가 청문회 후 '부적절'의견을 낸 데 대해 盧대통령이 '월권'이라고 하고, 정보위원들의 검증을 '모욕'이라고 비난한 것이 문제가 됐다.

朴대행은 盧대통령의 발언 취소와 함께 사과도 요구했다. "국회 위에 군림하겠다는 대통령의 독선과 오만이다""개별 국회의원과 일대일로 상대하자는 것인가""대통령으로서 품위를 완전히 상실했다"며 비판의 강도를 높여나갔다.

그는 또 "이런 이념 편향적 인사가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의도적으로 행해지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고 말했다. '더 강하고 넓고 효과적인 최후의 투쟁'도 거론했다.

朴대행은 한나라당 내에선 대표적 대화정치론자였다. 盧대통령과도 여러 차례 만나 덕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한 당직자는 "그런 朴대행 입에서 강력한 투쟁이란 말이 나온 것은 사실상 盧정부와의 밀월기간을 끝내고 대화정치를 중단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 인식이 공감대를 형성해가면서 한나라당의 盧대통령 견제 목소리도 높아질 전망이다. 재.보선 결과를 盧정부의 이념적 편향성과 독주에 대한 국민의 견제라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또 여권의 개혁 정당 논의에 대한 견제와 내부 단속용 쓰임새도 있다.

청와대와 야당의 감정싸움의 최대고비는 서동만 교수의 기조실장 임명이 될 전망이다. "서동만씨마저 국정원 간부로 임명한다면 그 국정원을 아무도 국정원이라고 보지 않을 것"이라는 게 朴대행의 경고다.

한편 박종희 대변인은 "盧대통령이 1989년 5공 청문회 때 증인으로 출석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 쪽을 향해 명패를 던지며 모욕적 언사를 퍼부었다"는 등의 과거 언행을 추려 공개했다.

그는 또 지난달 12일 청와대 회동에서 盧대통령이 朴대행에게 "국정원장 후보로 좋은 사람이 있으면 추천해달라"고 한 발언을 소개하며 "이게 국회를 존중하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냐"고 꼬집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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