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의 의미|새얼굴의 산실이자 문단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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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해마다 11월이 되면 각 일간지들에서 <신춘문예> 현상 모집이 시작된다. 그리고 새해 첫날부터 각 신문에는 우리 문단의 새로운 얼굴들이 그 작품과 함께 등장하고 있다. 그래서 연말과 연시의 분주한 분위기 가운데 우리 문단은 이상한 학기와 축제같는 열기를 띠게 된다.
많은 문학 지망생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작품들을 마감날자에 맞추어 제출한다음 초조하게 연말을 기다리고 있는 반면에 새해가 되면 우리 문단은 문단 등장에 성공한 새로운 얼굴들과 그 작품들에 축하와 격려를 보내게 된다. 신춘문예는 말하자면 우리 문단의 가장 권위있는 신인들의 등용문으로서 그 전통을 가지고있으며 가장 객관적인 신인선발의 제도적 장치로 평가받을수 있다.
신춘문예는 우리나라 고유의 문단등장의 제도다. 대부분의 외국에서는 상당한 분량의 단편소설들을, 혹은 장편소설을 출판사에 투고하여 편집진들의 선택을 받아 출판함으로써 작가로 동장하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본다면 우리의 경우에도 잡지사의 추천, 혹은 신인모집으로 문단에 등장하는 경우도 있고 동인지활동으로 문단에 등장한 경우도 있지만, 신문에서 해마다 시행하고 있는 신춘문예현상모집제도는 신인선발제도로서의 긴역사속에서 지속적인 성격을 띠고 있으며 객관적인 권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그것은 신춘문예가 문예지나 월간지의 추천이나 신인상 제도보다 절대적으로 훌륭하다는것도 아니고 신춘문예 출신의 문인이 문예지나 월간지 출신보다 뛰어나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문예지나 월간지가 신문보다 지속적으로 오래 발간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일반적으로 신문의 신춘문예가 객관성을 더 많이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춘문예는 원래 본격적인 문단이 변성되기 이전에 각 잡지에서 시작되었던 투고제도와 현상모집 제도에 대해서 <표결>과 <도작><정실>등의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해 생긴 제도였다.
또 오랫동안 남에게 보이지않는 자신의 밀실에서 문학에 대한 정열만으로 무상적인 글쓰기를 지속해온 작가 지망생가운데 뛰어난 작품을 쓴 사람에게 문단 등장을 축하하고 그 동안의 피나는 문학수업을 격려하기 위해서 관례적인 원고료와는 비교할수 없는 특별고료를 지불하는 것도 신춘문예의 특성인 것이다.
신춘문예의 보이지 않는 의의는 이름없이 문학 수업을 하는 젊은 문학도들에게 좋은 작품을 쓰면 언젠가는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갖게하는데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1925년 신춘문예가 최초로 실시된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 문학에 뛰어난 업적을 남긴, 그리고 아직도 남기고 있는 많은 작가, 시인들이 신춘문예로 문만에 등장했다는 사실은 바로 그러한 가능성을 신춘문예가 열어주었던데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문단의 등용문으르서의 신촌문예는 그동안에 많은작가를 배출만하고 그 다음에 발표할 지면을 제공하자못한다는데서 신문이 가지고 있는 지면의 한계를 지적받기도 했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대부분의 신문이 자매지로서 월간및 계간지를 가지고 있기때문에 그러한 지적을 극복할수있었다. 신춘문예의 한계로서 더욱 심각한 지적은<신촌문예용>시, 혹은 소설이라는 말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신춘문예에 응모하는데에는 일체의 실험적인 시도가 배제되어야한다는. 그래서 <잘 다듬어진>작픔만을 내놓아야한다는<통념>을 낳고 있는것이다. 이러한 통념은 실제로 문학에 있어서 가장 부정적인 요소다. 왜냐하면 그것은 문학 연어가 항상 새로움을 지녀야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문학 자체를 경직시키는것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일부에서는 신춘문예 무용론까지 나오고있다. 또 문학 작품에 입선과 낙선을 정하는 것자체가 모순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이 곧 신춘문예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수는 없다. 심사위원의 자질에 따라 신춘문예의 부정적인 요소는 어느정도 해결될 수 있으며, 또 신춘문예 낙선자 가운데 우수한 작품이 월간지나 계간지를 통해서 재평가받은 경우도 신춘문예 제도의 <있음>에 힘입은 바 큰것이다. 따라서 신춘문예의 의의는 그 <있음>자체에 있다.
그<있음>은 젊은 문학도들에게 문학의 정열을 불태울수있는 촉매 역할을 하는 것이며, 새해의 첫날부터 신문의 모든 독자들에게 문학에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고 나아가서는 새로운 작가, 시인을 받아들이는 문단의 상징적 축제가 되는 것이다. 문학 작품으로 새해 첫번째 신문이 나온다는 것은 우리 문학에 대한 가장 큰 격려이며 제도적인 축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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