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한·미 정상 '3시간 만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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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긴 여행, 짧은 만남'.

6월 11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은 정상회담 치고는 파격적인 일정으로 짜여 있다.

무엇보다 노무현 대통령의 초(超)강행군이 눈에 띈다. 노 대통령을 태운 전용기는 다음달 9일 저녁 서울공항을 떠나 11일 저녁 돌아온다. 출국에서 귀국까지 48시간에 불과한 '미니 출장'인 데다가 비행시간만 왕복 서른 시간 가까이 된다. 총 일정의 3분의 2 정도를 비행기에서 보내는 셈이다.

정상회담이 끝나면 곧바로 귀국해 돌아올 때는 기내에서 자는 1박3일의 빠듯한 일정이다.

노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대면 시간은 3시간 남짓에 불과할 전망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얼굴 한 번 보려고 그 먼 길을 가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일정은 당초 우리 뜻대로 확정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25일 "이번 정상회담에 임하는 우리 정부의 제1목표는 '실질 내용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확보한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오전 정상회담에 이어 자연스레 오찬으로 이어지는 일정 속에서 양국 정상이 여유를 가지고 각종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설명이다.

이 당국자는 "양국 정상이 대면하는 시간만 놓고 보면 다른 정상회동과 비교해도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니다"며 "이 정도면 북핵과 한.미 동맹 등 양국 간 현안의 맥을 짚는 데 충분한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국빈방문이 아닌 실무방문이란 점도 감안됐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빈방문이라면 모양새가 중요하겠지만 실무방문인 이상 내용에만 집중할 방침"이라며 "요즘 세계 각국 정상들의 잦은 회동도 실무방문 형식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김만수 대변인도 "이번 방미는 실무협의에 중점을 둘 예정인 만큼 정상회담 외의 일정은 가급적 줄일 것"이라며 "수행원도 최소화하고 다른 도시도 일절 방문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담 장소가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이 되지 않은 데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우리는 장소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심층 논의만 가능하면 장소가 어디든 상관없다는 입장이었다"며 "비공식적으로라도 목장 얘기는 전혀 거론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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