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혼만이라도 돌려드려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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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 자신의 집 앞마당에 손수 세운 한국인 위령비 옆에 서 있는 오오타 시즈오.

일본 공무원이 2차대전 때 강제동원돼 희생된 한국인의 원혼을 상징하는 '영혼의 돌'을 안치하러 대구에 온다.

주인공은 오키나와현 이시가키시 교육위원회 오오타 시즈오(大田靜南. 57) 문화과장.

오오타는 재일교포 작가 강신자(44), 번역가인 시미즈 유키코(淸水由希子.32)와 함께 27일 대구를 찾아 28일 영천 은해사에 영혼의 돌을 안치한다.

영혼의 돌은 억울한 원혼을 기리는 오키나와 풍습에 따라 오오타가 이시가키 섬 등 한국인 징용자.위안부가 많이 희생된 섬 세 곳을 돌며 수습한 것으로, 주먹 정도 크기다.

오오타 일행은 27일 오후 대구에서 정신대 할머니 김순악(78)씨의 생일에 참석해 민요와 춤을 선사한다. 28일 오전 은해사에서 진혼제를 올리고 영혼의 돌을 넣은 항아리를 안치한다.

안치식은 지난 2월 오오타가 대구에서 활동하는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에 "한국인 희생자의 원혼을 돌려 주고 싶다"는 뜻을 전하면서 성사됐다.

오오타는 고향인 오키나와 야에야마에서 전쟁 조사활동을 하고 평화단체 강사로 활동 중이며, '야에야마 전후사'등 많은 저서를 냈다.

그는 희생된 한국인의 넋을 기리기 위해 1998년 손수 위령비를 만들어 집 앞마당에 세우고 주변에 무궁화를 심은 뒤 매년 진혼제를 지내고 있다.

시민모임 박정희(30)사무국장은 "1944년 오키나와엔 군 위안소 120여곳이 설치돼 500~800명의 위안부가 강제동원된 뒤 대부분 패전 직전 유기.학살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번 기회에 억울한 영혼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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