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고운전사의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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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나라는 언제까지「교통사고의 천국」임을 자랑하고 있을 것인가.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해우리나라의 교통사고는 모두 12만1백82건이나 일어나 하루 평균16.5명이 사망했다.이러한 사망자 비율은 서구에서도 비교적 교통사고가 잦은 프랑스나 서독보다도 21배가 많은 것이며 사고비율이 낮은 미국이나 일본보다는 무려 44배 내지 54배가 많은 것이다.특히 교통사고의 93%가 운전자과실로 일어난 것이고 영업용대 자가용의 비율로 보면 영업용이 68.3%를 차지한다.결국 한국교통사고의주요인은 영업용차량 운전자의 과실에 있음을 통계가 말해주고 있다.이처럼 세계에서 제일가는 교통사고율을 줄이는데는 물론 다각적인 대책이 있어야 된다.국민들의 교통법규 준수에 관한 교육도 있어야겠고 운전자의 과로와 질병도 추방해야될 것이다.또버스와 택시등 영업용차량에 대한 철저한 정비로 불량차량의 운행을 막아야할 것이고 경찰의 교통위반 단속도 무사공평해야할 것이다.그러나 시급히 개선할 일은 영업용차량쪽에 있다.영업용차량의 영업방식을 개선함으로써 교통사고를 줄이는 방안에 대해선 여러차례 논란이 있었다.특히 영업택시의 요금체제와 운전기사 급여체제의 불합리성은 이제 거의 한계점에 이르렀다.모미과 비리투성이인 이것을 개선함이 없이는 교통사고 세계제일의 불명예를 벗어날 길이 없을 것이다.
서울의 경우 2만7천8백85대의 택시가 있으며 이가운데 일반택시는 이른바 일당도급제로 운영되고 있다.즉 매일 일정액을 회사에 납입하고 잔액을 운전기사 수입으로 친다.영업용택시의 하루 평균 총수입은 5만∼6만원.이가운데 유류대 2만5천윈 안팎과 회사납입금 3만원안팎을 제하면 운전기사 수입은 없거나 하루 5천원정도.따라서 영업용택시 운전자들은 기를쓰고 합승을 시키며 난폭운전을 거듭한다.차간거리 유지는 외면당하고 거선달반,과속운전은 예사처럼 돼있다.한푼이라도 더 벌어야 자기수입이 생긴다는 절박감이 이들로 하여금 교통규칙을 무시하게 만들고 종내는 교통사고의 주범이 되는 것이다.이에대한 개선책으로 택시운전기사의 월급제가 거론되기도했으나 대부분 영세기업인 우리나라의 택시회사로선 아직 감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국이 검토중인 거리·시간 병산제 택시요금 제도는 조속히실행해도 무방할 것이다.현재의 거리기준 요금제는 도노솔이 낮고 교통체증이 심한 한국의도시에선 운전자의 불만만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거리·시간 병산요금은 현행 거리기준 요금을 조금 낮추고 여기에 시간병산을 더할 경우 이용자의 부담도 지금과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으니 만큼 실시에 무리가 없을 것이다. 교통사고를 줄인다는 면에선 지금고려중인 교통사고에 대한 보험처리와 운전자 부처벌의방침에도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된다.형사처벌의 중압감에서 벗어난 운전자가 교통규칙 준수의무를 소홀히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보험료의 합리적인 보상기준이 먼저 마련된 후에 이같은 제도가 실시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그러나 교통사고를 줄이는데는 운전자와 차량,보험등에 대한 제도적개선만으론 되는것이 아니다.차를 모는 각자가 우선 조심하는 것이 첩경일 것이다.27년6개월을 무사고운전한 한 노령의 택시운전기사는 『한걸음씩 양보하면 사고는 절대없다』고 다짐한다.아무리 그날의 수입이 중요해도 사고를 내면 도로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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