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현대미술 첫 국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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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본현대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규모 일본현대미술전이 국내에 처음 소개돼 관심을 끈다(23일까지 미술회관).
문예진흥원과 일본국제교류기금이 공동 주최한 이번 전시회는 70년대 일본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46명의 작품82점(입체24, 평면58)이 선을 보이고 있다.
전시회장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특색은 작품형식이 무척 다양하다는 것. 출품작가의 거의가 전후 작가이며, 출품작이 70년대 제작·발표된 작품으로 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하나 하나가 개성적인 작업을 보이고 있는 점이 이채롭다.
l층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화려한 색감으로 눈길을 끄는 작품이 바로 『굿바이 무슈 고갱』(재구작·1973년). 「고갱」의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에 있다가 어디로 가는가』에서 비롯된 이 작품은 화면을 미국지형으로 가르고 그 안에 여러 인간의 모습을 무지개색으로 분해 표현한 것이다.
다섯 장의 나무를 캔버스로 이용한 「히꼬사까·나오요시」(언판상가)의 작품도 독특한 느낌을 주는 것 중의 하나. 『PWP23 불꽃』이란 명제의 이 작품은 다섯 장의 나무를 릴리프형태로 연결시키고 그 위에 직선으로 단순화한 그림을 반투명의 아크릴물감으로 그린 것.
깔끔하고 세련된 화면을 보여주는 「다까하시·슈」(고교수)의 작품도 돋보이는 것 중의 하나.
두개의 연작형태로 돼있는 이 작품은 청회색조의 판을 눌러 표현한 기하학적 선을 핑크와 청색으로 액센트를 주어 무척 정갈한 느낌을 준다.
입체작품 중에서 특이한 것은 움직이는 조각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 국내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분야여서 무척 인기가 높다. 「이또·다까미찌」(이등강도)의 『곡선의 링』(1978년 작)은 전기모터를 사용하여 움직이게끔 제작한 것. 평면처리한 스테인리스 파이프를 재료로 원과 직선을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시시각각으로 다른 형태를 보여준다.
「다나까·가오루」(전중훈)의 『정오각형의 피라밋』도 동적 예술품 중 하나. 피라밋 형태를 띤 조각품으로 표면을 경면처리, 면마다 달리 나타나는 외계의 영상을 담아보이고 있다.
미술평론가 이귀열씨는 『가장 새로운 방법과 형식의 작업을 하고 있는 오늘날 일본 작가들의 다양한 형태로 압축된 작품을 볼 수 있어 좋은 전시회』로 평하고 『우리의 제작여건이 일본에 비해 많은 제약이 있긴 하지만 앞으로 우리 작가도 생각하는 바를 다채롭게 표현함으로써 다양한 활동을 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병관 교수(이대·미학)는 『전시장을 돌아보고 팝아트·모노크름·미니얼아트·옵티걸 등 국체조류가 많이 반영된 느낌을 받았다』고 말하고 『그러나 깨끗하고 섬세하며 공예적으로 다듬어진 것등은 일본적임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그는 또 『국내에는 움직이는 것은 예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풍조가 있는데 이번 전시회로 동적예술을 개발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문예진흥원 측은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 7일 하오 문예회관에서 「나까하라·유스께」(중원우개)씨 (미술평론가·경도정화 대학장)의 『1970넌대 일본미술의 동향』을 주제로 강연회를 마련했다. 「나까하라」씨는 『모든 예술은 각 시대 나름의 형식과 양식을 가지고 있으나 현대예술을 하나의 맥락에서 얘기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전제하고, 『60년대 일본현대미술이 형식의 다양화를 보이면서 연장확대 되기 시작했다면 70년대의 그것은 안으로 위축되며 일본적인 완성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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