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간첩의 침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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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괴의 간첩침투 방법도 날로 교묘해져 이제는「산에서 내려오는 수상한 사람」만이 간첩은 아니다. 그들은 어엿한 교포기술자일수도 있고 유학생인 경우도 있다. 그들은 우리주변에서 우리와 함께 생활하며 희노애락을 같이 한다.
이번에 보안사령부에 의해 검거된 이헌치·이주광 두사람도 하나는 산업체에 근무하는 기술자고 또 하나는 모국에서 수학하고 귀일한 민단지부 간부였다. 이둘은 이렇듯 신분을 위장한채 산업정보를 탐지하거나 학원내에 지하당을 구축하려 암약하다가 검거된 것이다.
특히 이헌치는 74년12월 월북, 20일간의 밀봉교육을 받은후 일본상사에 취직했다가 한국지사로 전임하는 자연스러운 침투방법을 택함으르써 그들의 대남공작이 보다 능란해졌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북괴가 과거의 해장·육상침투 위주에서 지금의 우회침투 위주로 간첩투입방식을 전환하고 있는것은 우선 당국의 분석대로 종래와 같은 노골적인 침투가 국내외적으로 지탄을 받게될 것임을 고려한 때문이다. 북괴는 작년10월 6차 당대회에서「고려민주연방국 창립방안」을 제시한 이래 그 어느때 보다도 위장평화공세를 적극화하고 있어 내외여론의 악화는 그들에게 불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우리정부가 취한 일련의 개방정책과 해외교포모국방문등을 이용하면 합법적인 침투가 쉽기 때문에 이같은 우회침투전술을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관단된다. 다시말해 우리 국민의 해외출입국절차의 간소화도 그들은 놓치지 않고 간첩활동에 이용하고 있다.
이렇듯 침투방식이 다양화돼도 그들이 노리는 목표는 과거나 지금이나 조금도 다를바가 없다. 민주·개방사회면 어디에나 있을 일부 반정부세력과 불평·불만에 가득찬 사람들을 배후에서 조종, 민심을 교란하고 사회혼란을 조장한다. 또 이번 경우처럼 합법적 신분을 가장하고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각종 정보자료룰 수집하거나 지하당구축을 획책한다. 결국 이들이 노리는 궁극적 목표는 대한민국의 전복이며 적화통일 바로 그것이다.
해가 갈수록 악랄해지는 그들의 수법을 보면서 우리가 대비할 일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먼저 우리가 할일은 민주사회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굳히는 일이다. 자유·민주주의체제가 독재·공산주의체제보다 우월함은 세계도처에서 증명되고 있으며 남북한을 비교해봐도 금방 알수 있다.
우리의 불평·불만은 어디까지나 우리 체제안에서 조화·해결될수 있는 것이며 북쪽에 공감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우리 스스로 노력해서 진정한 민주사회를 건설할때 자연히 간첩이 발붙일 땅은 없어지는 것이며 그때가 되면 그들도 간첩활동은 도로뿐이라는 것을 깨닫게될 것이다.
아울러 꾸준히 남북대화를 호소하면서 의연하게 평화통일의 대도를 걷는 것이 자유인의 금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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